
정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움직임과 관련해 실제 통행료가 징수되더라도 국내 휘발유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0.5% 안팎의 소폭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아직 통행료를 내고 배를 통과시킬지에 대해 의사결정은 이뤄지지 않은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9일 브리핑을 열었다.
이란은 휴전 협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양 실장은 “현재 배럴당 90~100달러 선인 국제 유가를 고려할 때, 1달러의 통행료는 약 1%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된다”고 했다.
곧바로 국내 기름값의 1%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의 절반이 세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 유가 1% 상승 시 0.5% 가량의 국내 휘발유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양 실장은 “이 정도의 인상을 두고 영향이 크다고 볼지 작다고 볼지는 해석의 영역”이라고 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국내 정유사가 들여오는 원유 1400만 배럴을 실은 유조선 7척(국적선 4척·비국적선 3척)이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양 실장은 “일부 선박이 통항 중이나 이란 측이 암호화폐 등으로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징수 정황은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는 중동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해 대체 원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4월분(5000만 배럴)과 5월분(6000만 배럴) 물량을 확보한 상태이며, 현재는 7월 인도분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양 실장은 “원유 현물(스팟) 물량은 통상 2개월 전에 잡기 때문에 현재 7월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확보 상황이 안정화되면 정확한 규모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 송유관 드론 공격 보도에 대해서도 “국내 수급이나 계약된 물량 인도에는 특별한 지장이 접수된 바 없다”고 했다.
산업부는 주요 산업 소재 공급망도 관리 범위 내에 있다고 밝혔다. 헬륨과 알루미늄 휠 등은 대체 수입선을 확보했으며, 수액제와 주사기 등 의료용품도 평시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산업부는 10일부터 적용하는 ‘제3차 석유 최고가격’을 전격 동결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휴전 소식에 급락했다가 호르무즈 통항 중단 보도로 반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양 실장은 특히 경유와 등유 가격 관리에 역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유는 국내 물류와 경제활동의 핵심 연료로, 이를 단순히 수요 관리 대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취약계층이 주로 사용하는 등유와 함께 서민 부담을 덜기 위해 휘발유보다 더 큰 폭의 인하 효과가 나타나도록 정책적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3차 최고가격 설정으로 인해 경유는 시장 추정가 대비 약 300원, 등유는 100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주유소 공급가가 동결된만큼 최근 가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 실장은 “정부는 목적 예비비 4.2조 원을 편성해두고 있다”며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더라도 준비된 예산 범위 내에서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유가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양 실장은 “유가 향방은 증시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렵다”며 “안정적인 하향 흐름이 가시화된다면 최고가격 재설정 등 유연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