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다시 한번 함 해보입시다.”
8일 대구 인터불고 엑스코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구 현장 최고위원회.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주먹을 들어 올리며 “대구를 산업이 살아나고 청년이 돌아오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외쳤다. 회의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부산에 갔던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보수의 심장’ 대구 한복판에 김 전 총리가 다시 섰다. 2017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동요가 컸던 대구 시민들이 대구 칠성시장에서 연설 중이던 그에게 야유를 보내자 김 전 총리는 “대구 시민들, 정신 차리소. 야당이 뭐만 하면 삿대질하고 그래선 우리 자식들이 살 수 없다”고 호통을 쳤다. 정권이 바뀌고 시간이 흘렀지만, 이 발언은 여전히 김부겸 정치의 상징처럼 따라다닌다.
◇험지 외길 인생
김 전 총리의 정치 인생은 언제나 험지를 향했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대구·경북에서 성장했지만, 정치적 기반은 수도권에서 쌓았다. 학생운동으로 제적과 복학을 반복한 그는 1987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장을 받았다. 1991년 통일민주당의 3당 합당 거부파가 주축인 민주당에 입당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조순-이회창 연대로 통합민주당이 신한국당과 합당하며 창당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신)에 입당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2000년 경기 군포 국회의원으로 처음 배지를 단 뒤 당내 비주류로서 개혁 성향을 드러냈다. 2003년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후에도 그는 같은 지역구에서 2012년까지 내리 3선을 했다.그의 정치 인생을 규정한 건 이후의 선택이었다. 안정적인 수도권을 떠나 대구 수성갑으로 향했다. 2012년 첫 도전은 낙선, 2014년 대구시장 선거도 실패였다. 2016년 세 번째 도전 끝에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민주당 최초 TK 의원’이라는 상징을 만들어냈다. 행정가로서의 이력도 더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내며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줬고, 여야를 넘나드는 실용주의 정치인 이미지까지 얻었다.
◇기세 좋지만 여전히 험지
그는 2022년 문재인 정부 총리직을 끝으로 사실상 은퇴한 뒤 경기 양평의 한 전원주택에서 지냈다. 공천 파동으로 혼란스럽던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 때도 출마 여론이 들끓었지만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후방 지원 사격만 했다.민주당에선 지방자치 도입 이후 첫 대구시장 배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영남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22~23일 대구 거주 성인 812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8명과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56일을 앞두고 주호영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물론 양쪽 후보가 정해지고 나서야 정확한 판세를 읽을 수 있다는 신중론을 펴는 이들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영남 지역 선거는 당 사전조사에서 앞서다가도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그간 쌓아온 ‘확장’의 서사 대신 “대구가 앞장서서 국민의힘을 버려야 한다”는 국민의힘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지역주의를 깨보겠다며 줄곧 고개 숙여 한 표를 호소했던 그는 이제 대구 시민에게 묻고 있다. “여러분, 김부겸 버릴 만큼 대구가 그래 여유 있어요?”(지난달 30일 출마선언식)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