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근욱(41·사진)은 캔버스 위에 색연필을 수천 번 그어 기하학적 무늬를 그린다. 마치 금속판에 그린 것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에서는 색연필로 그려진 수천 개 선이 모여 우주의 질서를 표현한다.
숙명여대 회화과 교수인 그는 홍익대 판화과를 졸업한 뒤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스에서 아트&사이언스 석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 시절 물리학에 빠졌고, ‘중력을 추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가 찾은 방법은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것이었다. 그의 작품에 모인 선은 물결처럼 일렁이고,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된다. 작디작은 먼지와 얼음 조각이 모여 행성의 고리를 이루듯, 그림 표면에 남긴 색연필 가루가 모여 하나의 면이 되는 것이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열리는 지근욱 개인전 ‘금속의 날개’에서 그의 회화 59점을 만날 수 있다. 신작 ‘스페이스 엔진’ 연작은 스테인리스 성분의 안료로 금속 질감을 만들고, 자외선 프린터로 그러데이션을 깐 뒤 그 위에 색연필 선을 빽빽이 채웠다. 대표작 ‘금속의 장’은 같은 크기 사각형 24개를 이어 붙인 작품인데, 무수한 선이 시선을 안쪽으로 끌어들였다가 바깥으로 밀어내며 무한히 확장하는 우주의 감각을 자아낸다. 전시는 오는 5월 9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