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요원들이 위조 신분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 취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을 가려내기 위한 검증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8일 IT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 관계자 A씨는 지난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북한 IT 요원으로 의심되는 지원자를 온라인 면접에서 걸러낸 사례를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면접관은 지원자에게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북한 요원을 걸러내기 위한 간단한 테스트”라고 설명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판해보라고 요구했다.
영상 속 지원자는 기술 관련 질문에는 능숙하게 답했지만 “김정은을 욕해 보라”는 말이 나오자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면접관이 다시 비판을 요구하자 그는 끝내 침묵했고, 별다른 말 없이 화상 연결을 끊었다.
A씨는 “김정은을 욕할 수 있는 북한 요원은 아직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영구적으로 통하진 않겠지만 지금 당장은 매우 효과적인 거름망”이라고 조언했다.
비슷한 사례는 앞서 호주 시사 프로그램 ‘60 Minutes Australia’에서도 소개됐다. 당시 제작진은 IT 채용 담당자로 가장해 북한 IT 요원과 화상 면접을 진행했다. 해당 지원자는 뉴욕대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 거주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뉴욕 지리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특히 ‘김정은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제작진은 이를 두고 유명 인물에 대한 무지를 가장해 사상 검증 자체를 피하려 한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위장 취업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북한 연계 IT 요원들이 300여개 미국 기업에 침투해 약 680만 달러(약 100억원)를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이들이 받은 급여는 북한 정권으로 흘러 들어가 무기 개발 자금 등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북한 공작원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유럽 대기업에 취업한 뒤 재택근무자로 가장하며 임금을 챙기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