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층 사이에서 과한 음주 대신 금주를 선호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가 점차 확산하면서 주류 회사들도 브랜드 포지셔닝을 달리하고 있다. 저(低)도주 제품의 향을 추출한 멀티 퍼퓸을 제작해 판매하거나 포장마차, 박물관 등과 결합된 새로운 음주 문화를 제시하며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녹아들겠다는 취지다.
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저도주 브랜드 아이긴(IGIN)은 오는 11~16일(도쿄), 20~27일(오사카) 일본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 ‘아이긴 파크’에서 멀티 퍼퓸 ‘버던트 글림’(사진)을 선보인다. 아이긴의 저도수 하이볼 RTD(Ready to drink) 제품인 ‘애플토닉’ 4종 중 청포도 맛이 나는 ‘상콤토닉’의 퍼퓸 버전으로, 일본에선 처음 공개되는 자리다.
쉽게 말해 ‘코로 맡는 술’인 셈이다. 맛뿐만 아니라 향으로도 술을 즐기는 경험을 일상화하겠다는 차원에서 기획된 상품이다. 글로벌 향기 마케팅 기업 센트에어에 따르면 소비자 84%는 특정한 향을 풍기는 브랜드를 더욱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후각·시각 치료·연구 재단은 제품에 기분 좋은 향을 더하면 매출이 최대 4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주류업계 트렌드가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저도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술을 단순 식음료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의 하나로 리포지셔닝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WSR에 따르면 전 세계 논알콜·저도수 시장 규모는 이미 130억달러(약 19조원)를 넘어섰고, 2028년까지 연평균 7%씩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웰니스를 추구하며 술을 자제하는 ‘소버큐리어스’ 문화가 20~30대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데 따른 변화다. 소버 큐리어스는 ‘취하지 않은’을 뜻한 영단어 소버(sober)와 ‘호기심이 많은’을 뜻하는 큐리어스(curious)의 합성어로, “술을 꼭 마셔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취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힙(hip)하다고 보는 가치관을 뜻한다.
주류 회사들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음주 문화를 새롭게 콘텐츠화하고 있다. ‘취하려고 먹는’ 술이 아닌, ‘놀면서 가볍게 곁들이는’ 술을 일상화해 소버큐리어스족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단 차원이다. 2020년 두껍상회를 시작으로 술을 활용한 놀이 공간 마케팅을 선도해 온 하이트진로는 최근 호주 멜버른에 ‘진로포차’를 열고 K주류 문화 수출을 본격화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새로 소주 리뉴얼을 기념해 서울 성수동에 브랜드 체험형 공간 ‘새로중앙박물관’을 열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한 잔, 또는 한 캔에 브랜드가 추구하는 세계관을 담아내겠다는 감성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라며 “기존 유통망을 뚫는 데 어려움이 있는 강소 기업에 특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