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 자동차주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쟁으로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환율이 분기말 급등하면서 외화 판매보증충당부채 평가손실이 확대된 영향이다. 다만 로봇 등 피지컬 인공지능(AI) 분야로의 확장 기대감은 여전히 큰 상태로 평가됐다.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자동차 지수는 지난 2월 27일 3889.83에서 이날 2986.96으로 23.21% 하락했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33개 지수 중 2번째로 낙폭이 컸다. 낙폭 1위는 역시 자동차주를 대거 포함하고 있는 KRX300 자유소비재(-23.78%)였다.
현대차 주가가 이 기간 60만9000원에서 47만1250원으로 22.62% 하락한 것을 비롯해, 기아(-26.21%), 현대모비스(-26.65%),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29.64%), 한온시스템(-20.79%), 에스엘(-22.32%), HL만도(-23.93%) 등 관련 종목이 일제히 20%대 하락했다.
자동차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수요는 줄어들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약 2조5000억원으로 3조원의 컨센서스보다 5000억원 낮을 것으로 봤다. 현대모비스는 컨센서스(8560억원)보다 약 400억원 가량 적은 813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전쟁 영향으로 이익추정치를 내렸다"며 "자동차 본업에 대한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1분기 판매가 부진했고, 분기말 고환율로 인해 외화 판보충비 평가손실이 확대된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고환율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라 실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분기말 고환율로 외화로 적립한 판보충비의 원화 환산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긍정적 효과가 상쇄된 것으로 분석됐다.
1~2월 코스피지수가 급등하는 가운데 현대차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의 주가가 두배 이상으로 오른 것이 큰 폭의 조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해 12월 25만3500원에서 지난 1월 68만7000원까지 약 171% 급등했다. 실적 개선보다는 피지컬AI에 대한 미래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조정장에서의 낙폭도 클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자동차 산업이 단순한 완성차 판매업에서 AI와 로보틱스 분야로 확장 중인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아직 가시화 단계는 아니지만 미래 실적이 큰 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가 엔비디아와 구글 등과 협력을 통해 피지컬AI 가속화 전략을 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밸류에이션이 재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가 오는 9일 여는 CEO 인베스터 데이(CID)도 밸류에이션 재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사로 꼽힌다. 이날 박민우 기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사장)은 '아틀라스' 개발을 이끈 잭 재코우스키 보스턴 다이나믹스 개발 총괄과 함께 그룹사의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자율주행, 피지컬AI 전략에 대해 발표한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CID에서 기아의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비전이 공개되면 기아 주가도 리레이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일 오후 1시 기준 현대차는 전거래일보다 0.11% 하락한 47만500원, 기아는 1.26% 오른 15만2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0.39% 내린 38만7000원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