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지난해 100조원을 넘어섰다. 100조원을 넘은 것은 역대 네 번째다. 지난해 1·2차 추경을 편성하는 등 확장재정에 나선 영향이 작용했다. 나라살림이 100조원대 적자를 이어간 탓에 지난해 국가채무는 13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무지출·조세지출 구조조정 작업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4조2000억원으로 전년(104조8000억원)보다 적자 폭이 6000억원 줄었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금액으로 실질적 정부의 살림 현황을 나타낸다.
지난해 적자 폭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을 실시한 2022년(적자 117조원)과 2020년(적자 112조원), 이어 세수 결손이 컸던 2024년(적자 104조8000억원)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컸다. 정부가 작년에 두 차례에 걸쳐 46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한 영향 등이 작용했다.
지난해 정부 씀씀이를 뜻하는 총세출 규모는 591조원으로 전년 대비 11.6%(61조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로 집계됐다. 전년(4.1%)보다 0.2%포인트 떨어졌고, 기존 예산안(4.2%)보다는 0.3%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묶는 ‘재정준칙’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재정준칙 미준수와 관련해 "정부의 재정기조는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지출하고 아껴야 할 때는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재정적자 비율의 숫자를 고정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재정을 경직적으로 활용하게 하고 경기 역행적 성격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가채무는 130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에 비해 129조4000억원 증가했다. 2025년 예산(1301조9000억원)보다도 2조6000억원 많았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진 빚 가운데 상환 시점·금액이 확정된 부채를 가리킨다.
2020년 846조6000억원에 달했던 국가채무는 2022년(1067조4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고, 3년 새 13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나빠진 경기에 대응해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재정 씀씀이가 큰 폭으로 불어난 영향이 작용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9.0%로 전년 말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국민 1인당 2500만원의 채무를 짊어진 형국이다. 올해도 100조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국가채무가 1400조원대로 불어날 전망이다. 예산처 관계자는 "국가채무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고, 빚이라는 게 줄어들지 않고 계속 쌓이는 것"이라며 "빚이 느는 규모보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더 좋아진 만큼 빚을 갚을 능력은 향상됐다"고 말했다.
국가채무에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할 연금충당부채 등을 합친 국가부채는 277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7.2%(185조9000억원) 증가했다. 최근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 따르면 올해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7조6000억원으로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만큼 국가채무는 1412조8000억원으로 불어나고, 국가채무 비율은 50.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환/남정민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