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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코너에서 번호 땄어요"…서점이 '헌팅 성지' 됐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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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코너에서 번호 땄어요"…서점이 '헌팅 성지' 됐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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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번따'(번호따기) 성지로 대형 서점이 언급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번따'라는 해시태그로 대형 서점에서 촬영한 숏폼 동영상이 유행하고 있다. '서점에서 번따하는 법'과 같은 팁은 물론, '실제로 번따를 해봤다'는 후기 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공개구혼'을 콘셉트로 영상을 게재해온 41세 남성은 대형 서점을 방문해 곳곳을 돌며 여성들에게 "남자친구가 있냐", "번호를 줄 수 있냐"고 묻고 몇 차례 거절 끝에 번호를 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공개 한달도 안 돼 조회수 100만회를 넘길 만큼 관심을 받았다.


    직장인 여성이 번따를 기대하며 대형 서점을 찾은 모습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여성도 서점 곳곳을 다니며 이성의 눈길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고, "누군가 말을 걸었다"며 후기를 전했다.

    이들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문학이나 투자 쪽 코너로 가야 한다"와 같은 동선과 선호 시간대, 말을 거는 방식 등을 공유하는 게시물도 여럿이다.

    서점이 이성을 만나는 헌팅 장소로 급부상한 것은 자연스럽게 인연을 만나고 싶어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의 50% 이상이 '가치관 및 성격의 일치'를 가장 중요한 만남 조건으로 꼽았다. 대형 서점은 혼자 방문하는 비율이 높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연결이 쉽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것.

    최근에는 책을 읽는 것을 '힙하다'고 생각하는 MZ세대들이 늘고 있고, 유흥업소보다는 서점에서 책을 읽는 게 더 이성적이고 지적이며 성실할 것이라는 '이미지 필터링' 심리도 작용한다. 소개팅 앱의 사기나 가벼운 만남에 지친 세대가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우연한 만남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반 이용객들 중에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반복적인 접근과 시선을 받는 것도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조용한 분위기라는 특성 상 거절 후에도 대화를 시도하는 행동들이 불쾌함을 유도한다는 것.


    한 이용자는 "서점에 가서 책을 보고 있는데 누가 번호를 요구하더라"며 "휴대폰으로 뭔가를 찍고 있길래 '뭐냐'고 했더니, '릴스로 이 순간을 찍고 있다. 이렇게라도 용기를 얻고 싶었다'고 하더라. 제 동의도 없이 모습을 찍는 게 너무 싫어서 다 지우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단순한 번호 요구를 넘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위협을 가할 경우 법적 처벌도 가능하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경우 적용된다. 최근 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처벌이 가능해졌다.

    또한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상대방이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따라다니거나 말을 거는 행위는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처분을 받을 수 있고, 신체 접촉이 있거나 성적인 발언을 동반하며 번호를 요구할 경우 성추행이나 성희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서점에서도 '번따'로 인한 고객 민원이 급증하면서 내부적으로 현장 대응 매뉴얼을 강화,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코너나 휴게 공간(독서 테이블)을 중점 순찰 구역으로 지정하여 보안 요원이 주기적으로 회전하고 CCTV 모니터링도 실시간으로 진행하면서 도서 구입 목적 없이 장시간 배회하며 여러 이성에게 접근하는 정황이 포착되면, 보안팀에서 즉시 현장 확인에 나선다.

    불편을 겪을 땐 안내데스크 등을 통해 즉각 민원 접수가 가능하고, 서점 측의 경고 후에도 장소를 옮겨 유사한 행위를 반복할 경우, 해당 지점의 '블랙리스트'로 등록하여 향후 출입을 원천 차단이 이뤄진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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