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한국경제신문의 프리미엄 바이오 콘텐츠 서비스 '바이오인사이트'(www.hankyung.com/bioinsight)에 지난 1일 게재됐습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임상시험 간소화를 잇달아 추진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의 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들 기업의 매출은 대부분 바이오시밀러에서 나온다. 다만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 가격 경쟁이 심화해 기존 대기업들에게 되레 해가 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韓·美·日, 바이오시밀러 임상 부담 낮춰
본지 취재 결과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의 의약품 인허가 당국이 최근 바이오시밀러 개발 절차를 간소화하는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3상 생략 조건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식약처는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의 품질이 담보되고, 1상 결과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 및 안전성이 인정된다면 3상을 생략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흐름은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바이오시밀러 1상에서 사실상 필수 절차였던 약동학(PK) 시험에 대해 "과학적 정당성이 있는 경우 간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PK 시험은 약물이 체내 투입 뒤 어떤 과정을 거쳐 배출되는지를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FDA는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발표한 '바이오시밀러 개발 간소화 지침'에서 "분자 구조의 동일성 등 3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3상을 생략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지난해 4월 "바이오시밀러 임상 시 약효 분석자료와 PK 시험 자료가 충분하다면 비교 유효성 임상을 면제할 수 있다"고 했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이 임상 중심에서 PK 시험 등 약효 분석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개발비 70~90% 절감, 개발 기간 약 4년 단축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미국 터프츠대 약물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3상에 드는 비용은 전체 임상 비용의 약 75%를 차지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바이오시밀러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빅파마가 이들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신약 임상에 준하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게 기존 절차가 만들어진 배경"이라며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연구와 임상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런 규제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에 이익될까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 임상 간소화는 데이터 축적과 정책적 필요성이 맞물려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년 이상 축적된 개발 및 처방 데이터를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고, 분석 기술이 고도화함에 따라 3상을 안 해도 오리지널과 비교 평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책적 필요성은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대비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풀리면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이 이런 흐름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바이오시밀러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수도 많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규제 변화에 맞게 임상 전략 변경을 추진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최근 추세에 맞춰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임상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개발 비용 및 기간 부담이 작아짐에 따라 다른 신제품 개발이 가능해져 향후 출시 제품 수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개별 파이프라인의 임상 부담이 낮아지는 대신 품목 수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바이오시밀러 임상 간소화가 삼성바이오에피스나 셀트리온에게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규제가 완화하면 이들 대기업 외에도 다수의 바이오기업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라 가격 경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이 시장에서 이미 진입자가 아닌 강자이기 때문에 규제가 완화하면 되레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이들이 최근 신약 개발에 힘쓰는 건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 심화를 의식한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