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인해 15억원 이하의 아파트가 인기를 얻는 요인이 크다고 보입니다. 물론 단순히 대출 규제에 따른 현상만은 아니며 다양한 요인이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시장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습니다.먼저 키 맞추기 현상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같은 상급지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중저가 지역과의 가격 격차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졌습니다. 이런 저평가된 외곽지역으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순환매' 또는 '갭 매우기'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고가주택에 대한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거나 규제의 사각지대인 외곽지역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례보금자리론이나 신생아특례대출 같은 정책 금융이 중저가 주택에 집중되면서 해당 금액대에 속하는 외곽지역의 거래가 활발해졌습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노원구입니다. 노원구의 올해 2월 아파트 매매량이 800건대로 올라오면서 1월(500건대)에 비해 무려 30% 이상 늘어났습니다. 반면 평균 거래금액은 오히려 1월보다는 낮아졌습니다. 올해 1월 노원구의 평균 거래금액은 6억6000만원이었지만 2월에는 6억2000만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서울 전체만이 아니라 노원구 내에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있는 지역을 찾아다니는 주택수요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더 큰 요인은 전·월세 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에 따른 '강제 매수'입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태와 공급 부족으로 인해 아파트 전세수요는 폭증했습니다. 반면 아파트 전세매물은 급감하는 중입니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전세매물은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4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전세매물이 많이 줄어든 지역은 대부분 서울 외곽과 중저가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지역들의 전세매물은 무려 70~80%가 줄어들었습니다.
서울 성북구는 가장 심각합니다. 1년 전 1300건대의 전세매물이 현재는 130건대로 줄어들어 무려 90%가 넘는 전세매물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중랑구, 노원구, 관악구, 금천구, 강북구, 구로구, 도봉구 등 전세매물 감소 상위 구에서 주거선호지역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급(입주물량) 부족과 임대차법 개정이라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무주택자와 서민들은 서울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현재 서울 외곽의 거래량이 늘어나고 심지어 호가까지 오르는 현상은 주거불안을 해소하려는 무주택자와 서민들의 안타까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밀려날 수 없기에 집을 산다는 또 다른 패닉 바잉(공황 매수) 현상이 만연합니다. 외곽지역에도 다주택자 매물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만 이런 매물들이 대부분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안 사면 평생 못산다"는 불안 심리가 규제보다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위험자산인 주식을 하라고 그렇게 외치지만 주식에서 돈을 벌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본인의 집을 사는 겁니다. 이미 집이 있으면 더 좋은 집을 삽니다. 작년에만 4조원의 돈이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유입됐습니다. 코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주택 매입자금의 1% 내외로 많진 않지만, 코인으로 확보된 자금을 주택 매입에 활용한다는 비중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집으로 돈을 버는 시대가 끝났다고 엄포를 놓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집을 사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정부가 언급하는 것과는 다르게 유주택자의 대부분인 1주택자들은 집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하지 않습니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차적인 이유입니다.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단순히 자산가치를 증가시키는 투자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큰 만족감은 심리적 안정감과 소속감입니다. 특정 지역이나 단지에 정착했다는 느낌은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높여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줍니다. 내 집의 모든 공간을 내 취향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다양성이 증가하는 지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궁극적으로 '나만의 성[이 생겼다는 사실은 개인의 자존감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합니다. 이는 인간의 아주 기본적인 욕망입니다.
부동산시장에서 규제와 인간의 욕망 사이의 충돌은 경제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뜨거운 주제입니다. 이 관점의 핵심은 욕망이라는 물길을 막으려고 댐이라는 규제를 쌓기만 하면 결국 물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넘치거나 댐을 무너뜨리게 된다는 겁니다. 규제가 인간의 본능적인 주거 상향 욕구와 자산 증식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시장의 왜곡만 가져왔다는 분석입니다. 욕망을 추종해 부동산 정책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욕망을 무시한 정책은 더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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