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설비와 복잡한 공정이 맞물린 제철 산업에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운영 역량이 생산성, 품질, 안전을 동시에 좌우한다.
최근에는 현장에서 축적된 숙련 기술을 데이터와 AI로 체계화해 조업 안정성과 품질을 높이는 방식의 스마트 제조 혁신이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설비 관리부터 공정 제어, 물류 시스템까지 전 영역을 지능화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장 경험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데이터 중심 운영 체계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결 공정에 AI를 입히다
인텔리전트 팩토리의 출발점은 공정 제어의 지능화다. 포항제철소는 최근 소결 공정에 AI 기반 스마트 제어 시스템을 도입해 제선 공정의 정밀도를 높였다.소결 공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고로 투입이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과정으로, 제철 공정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단계다. 포항제철소는 이때 원료를 균일하게 투입하는 센서 기술을 도입하고, 최적의 온도 상태에서 소결 공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대차 속도를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적용해 공정 운영의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안정적인 소결광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후공정인 고로 조업 안정성까지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AI 기반 예지정비로 조업 안정성 강화
공정 제어의 지능화가 생산 품질을 끌어올렸다면, 설비 관리의 지능화는 조업 안정성을 뿌리부터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포항제철소는 자체 개발한 예지정비 시스템 ‘PIMS(POSCO Intelligent Maintenance System)’를 도입해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했다.이 시스템은 공정 전반의 설비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압연 공정에서는 AI 모델이 코일 폭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실제 소재 폭과 시스템 정보가 불일치할 경우 운전자에게 즉시 알림을 제공한다. 또한 후판 공장에서도 미세 진동 변화와 누유 상태 등을 감지하는 지능형 감시 체계를 통해 잠재적 설비 장애를 사전 차단했다. 설비가 스스로 상태를 알려주는 예지정비 체계가 구축되면서 안정적인 조업 기반도 강화했다.
◇지능형 크레인으로 물류 혁신
설비와 공정의 지능화는 물류 혁신으로도 이어진다. 포항제철소는 최근 AI 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자동화 크레인을 도입해 제철소 물류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이 시스템은 비전 AI와 피지컬 AI 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위치와 형태를 스스로 인식하고 정밀하게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운반 차량의 제원을 데이터화해 크레인이 자동으로 최적의 상차 위치를 계산하도록 설계했다. 또 무인 상차 구역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작업 공간에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는 안전 로직도 적용했다. 작업 효율과 현장 안전을 동시에 높인 것이다.
포항제철소의 인텔리전트 팩토리는 공정 제어, 설비 관리, 물류 자동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설비는 데이터를 통해 이상 징후를 사전 포착하고, 공정은 AI 기반 제어로 정밀도를 높이며, 물류는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효율과 안전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이처럼 현장의 숙련 기술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되면서 포항제철소는 지능형 제철소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기반 운영 전략이 글로벌 철강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초격차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