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총장 박종래)가 동남권 산업 전환의 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조선·화학·에너지 산업이 밀집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제조업은 AI를 기반으로 공정을 최적화하는 ‘AX(AI 전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UNIST 노바투스대학원은 이런 산업 변화에 대응해 설립된 실무형 공학전문대학원이다. 산업 현장의 난제를 강의실로 끌어와 AI로 풀고, 해결된 결과를 다시 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개원 첫 학기부터 교육의 방향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 3월 2기 신입생 59명이 새학기를 시작했고, 지난 학기 수업에서 나온 팀 프로젝트는 10억2000만원 규모의 정부 AI 사업에 선정됐다. 강의실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연구와 실증을 거쳐 실제 산업 현장으로 연결된 것이다. 교육이 수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노바투스대학원은 2년 과정의 석사학위 프로그램이다. 산업인공지능을 비롯해 미래에너지, 산업안전AI 등을 교육한다. 생산 효율 향상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제조업 현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품질 예측, 설비 이상 탐지, 에너지 효율화, 안전관리까지 AI 기반으로 풀어야 하는 현장 과제를 교육과 연구, 프로젝트에 담았다.
이 대학원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의 출발점이 산업 현장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은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팀 프로젝트로 실습하며 문제 정의부터 기술 설계, 실증 전략, 사업화 검토까지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전 과정을 경험한다. 입학생의 산업 경험과 AI 역량, 관심 분야를 반영해 교과와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맞춤형 운영 방식도 눈에 띈다. 수업은 주중 저녁 시간에 진행되며 온·오프라인을 병행한다. 재직자의 현실을 고려한 교육 방식이다.
노바투스대학원이 주목받는 데에는 UNIST가 축적해 온 산업 밀착형 교육 경험도 바탕이 됐다. 2021년부터 운영해 온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가 출발점이다. 이후 울산·부산·경남 노바투스 아카데미아, 울산 AI 최고경영자과정, 부산 AX 최고경영자과정, 고려아연 맞춤형 AI 교육까지 프로그램이 확장됐다. 실무자 교육에서 관리자 교육, 경영진 교육까지 단계별 체계가 갖춰졌고, 노바투스대학원은 그 위에 세워진 학위 프로그램이다. 산업 현장의 수요를 교육으로 받아들이고, 교육의 성과를 다시 산업으로 환류하는 구조도 이 과정에서 마련됐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지역 AX 혁신 구상에서도 UNIST는 동남권의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4대 과학기술원 AX 전략’에서 UNIST는 조선해양·우주항공·소재 산업에 AI를 접목해 지능형 자율설계·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HD현대와의 AI 기반 선박 설계 플랫폼, 포스코홀딩스와의 소재 공정 특화 AI 모델 개발 등을 시작으로 제조 산업의 새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노바투스대학원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할 현장형 AI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거점이다.
노바투스대학원은 석사학위과정뿐만 아니라 박사학위과정도 준비 중에 있다. 또한 노바투스아카데미아를 통해 실무자 과정과 최고경영자과정을 울산·부산·경남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실무자부터 관리자, 최고경영자까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 단계를 두루 갖춘 셈이다. UNIST는 연구 성과를 산업 현장에 옮기고,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다시 길러내는 방식으로 동남권 제조업의 AI 전환을 받치고 있다.
박종래 총장은 “UNIST는 교육과 연구, 산업 협력을 분리된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며 “노바투스대학원은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AI 전사를 길러내고, 연구 성과를 실증과 산업 적용으로 연결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남권 제조업이 AI 전환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UNIST가 강의실과 연구실, 산업 현장을 잇는 실전형 혁신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