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년만에 5승을 거둔 방신실(22)에게는 '괴물', '장타 여왕', '에이스'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실패라는 단어와 절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롤러코스터 같은 길을 걸어왔다.
국가대표 에이스였지만 프로턴 직후 갑상샘항진증을 앓으며 2023년 정규투어 조건부 시드를 따내는 데 그쳤다. 그래도 단 5개 대회 만에 우승을 거머쥐며 '방신실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즌 3승으로 최고의 시즌을 만든 지난해에도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12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시리즈에 도전했다가 시드 확보에 실패하면서다.
29일 경기 용인에서 만난 방신실은 "당시 정말 많이 울었지만 저보다 더 마음 아파하시는 팬들 덕분에 빨리 털어낼 수 있었다"며 "실력으로도 내적으로도 더 단단한 선수로서 꼭 꿈의 무대에 서겠다"고 밝혔다.
◆"LPGA 도전, 아팠지만 귀한 실패"
250m를 넘나드는 장타에 정교한 아이언 샷까지 더한 방신실은 일찌감치 한국 여자골프의 차세대 주자로 꼽혔다. 시원시원한 플레이에 반듯한 품성은 골프팬들을 매료시켰고, 2023년 황유민, 김민별과 함께 '루키 3인방'으로 불리며 투어의 흥행을 주도했다.
LPGA 투어 진출 좌절은 자신은 물론 골프계에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Q시리즈 초반 타수를 잃으며 고전했던 그는 대회 후반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리며 반등을 노렸다. 하지만 악천후로 마지막 라운드가 취소되면서 합격선인 2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아직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프게 배운 기회였습니다. 골프가 얼마나 변수가 많은 종목인지, 그러기에 내가 더 실력으로도 내적으로도 단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방신실은 "이제는 웃으면서 그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미소지었다.
방신실은 '자기연민' 대신 재도약을 위한 담금질을 택했다. 지난 겨울 태국에서 쇼트게임 전담코치와 함께 3주간 다양한 기술을 연마했다. 그는 "80m 안쪽 웨지샷을 새로운 무기로 장착했다"고 귀띔했다.
유럽여자프로골프(LET)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대만여자프로골프(TLPGA)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공동 주최 대회였던 폭스콘 레이디스 토너먼트에도 도전했다.
비록 공동 52위, 커트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도전 자체로 즐거웠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처음으로 경험해본 사막 코스에서는 한샷 한샷이 재밌었어요. 대만에서는 일본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는데 샷의 정확성, 코스 공략을 보고 적잖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도 다소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한살이라도 어릴 때 나가야한다는 생각에 조급했던 것도 사실"이라며"해외 무대에서 한국보다 더 치열하게 훈련하고 경쟁하는 선수들을 보며 기술과 멘털을 더 완벽하게 갈고닦아 ‘단단해진 상태’로 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미국 진출 자체보다 가서 얼마나 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됐다는 설명이다.
◆“루키의 초심으로 메이저 퀸 노려”
'괴물신인'으로 파란을 일으켰던 방신실은 이제 프로 4년 차의 중견선수로 올라섰다. 그는 "건강하게 투어를 뛰고 있는 지금이 감사하다"며 "다사다난했던 시행착오를 견디며 성장해온 저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투어에 익숙해지면서 다소 해이해질 수 있는 때라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며 "미국 진출 등 꼭 이뤄야할 목표가 있는 만큼 루키의 마음가짐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방신실은 해외 경험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다.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오픈, AIG 여자오픈은 물론 일본 대회 출전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 새로운 샷을 연구하며 ‘넓고 깊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주무대인 KLPGA 투어에서도 메이저 대회 우승 등 또 한 번의 커리어 하이를 꿈꾸고 있다.
인터뷰 끝자락, 방신실은 절친이자 라이벌인 황유민에게 장난기 가득한 메시지를 남겼다. "올해 미국에서 같이 신인왕 경쟁을 하고 싶었는데 조금 늦어졌어요(웃음). 유민 언니, 곧 따라갈게. 딱 기다려!”
용인=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