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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는 주총 8일 전 끝났다…한화솔루션 '2.4조 기습 유증'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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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는 주총 8일 전 끝났다…한화솔루션 '2.4조 기습 유증'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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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솔루션이 정기 주주총회(3월 24일) 종료 이틀 만인 3월 26일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했다. 사측은 “신규 이사들의 검토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으나, 취재 결과 증권사 실사는 이미 주총 8일 전(16일) 사실상 모든 공정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주총 소집공고에 증자 목적을 명시하지 않은 채 '발행주식 총수 변경'만 내세워 안건을 통과시킨 경영진의 행보를 두고 '절차적 투명성'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실사는 주총 전 완료…'발행 총수 변경' 뒤에 숨긴 1.5조 채무 상환



    27일 본지가 한화솔루션 증권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주관사단(KB·NH·한국·대신증권)은 지난 2월 23일부터 기업실사에 착수해 주총 8일 전인 3월 16일 실사를 최종 완료했다

    실사팀은 이 과정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채무 상환 계획 등 구체적인 자금 소요 내역을 이미 확정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한화솔루션은 주총 소집공고에서 관련 정관 변경의 목적을 '발행 예정 주식의 총수 변경'으로만 짤막하게 기재했다.

    2조4000억원 규모의 증자 계획과 '부채 상환'이라는 구체적 사용처를 함구한 채, 단순한 수치 조정인 것처럼 주주들의 판단을 제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측은 "신규 이사 선임 후 충분한 검토를 거치느라 발표가 늦어졌다"고 해명했으나, 이사회가 사실상 주총 전 마무리된 실사 결과에 형식을 입힌 절차에 불과했다는 의구심을 사는 대목이다.




    8800억 필요한 (주)한화, 별도 현금은 1300억원대


    최대 주주인 (주)한화의 실제 자금 동원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지분율(36.92%)을 유지하기 위해 (주)한화가 6월 청약에서 납입해야 할 대금은 약 8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주)한화의 2025년 12월 별도 재무상태표를 확인한 결과,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03억원에 그쳤다.

    이는 최근 여천NCC 등 주요 관계기업의 실적 부진에 따른 자금 지원과 건설 부문의 우발채무 리스크 관리, 그리고 56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소각 등 대규모 현금 지출이 겹치며 지배회사의 가용 자금이 한계치에 다다른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 계열사의 자산이 포함된 연결 기준 현금(14조원대)의 '착시'를 제외하면, 지배회사가 자력으로 이번 유증에 참여할 수 있는 자산은 필요액의 15% 남짓이다.

    결국 대주주가 지배력을 온전히 보존하려면 외부 차입이 불가피하며, 이는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가 하락할수록 대주주 납입 부담은 줄어…승계 비용 절감 효과도


    기습 유증 발표 직후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8.2% 폭락한 3만6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같은 주가 추이가 결과적으로 대주주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구조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유증 발행가는 청약 직전 주가에 연동된다. 향후 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주)한화가 지분 유지를 위해 지불해야 할 현금 총액은 줄어든다.

    반면 기존 주주들은 지분 가치가 41.3% 희석되는 피해를 본 상태에서, 지분을 지키기 위해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였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유증을 김동관 부회장 중심의 승계 구도 확립과 연결 지어 보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주)한화가 이번 청약에 전량 참여해 지분율을 수성할 경우, 김 부회장은 본인이 최대 주주인 한화에너지를 통해 (주)한화와 한화솔루션으로 이어지는 그룹 핵심 사업군(에너지·방산)에 대한 장악력을 한층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주주가 보유 현금보다 6배나 많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가 하락을 통한 발행가 낮추기는 지배력 유지 비용을 최소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5.75%)의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연금은 주총 당시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표를 던져 결과적으로 이번 증자의 통로를 열어줬다. 지엽적 사안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작 주주가치에 직결된 핵심 사안에는 침묵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유증을 중점 심사 대상으로 분류하고 이사회의 논의 과정과 주주 소통 절차를 면밀히 심사할 방침이다.

    당국이 주총 전후의 정보 차단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경우, 7월로 예정된 증자 일정의 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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