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했던 금양이 올해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 의견을 통보받았다. 사실상 상장폐지 수순이다. 주당 19만원이 넘었던 금양 주식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이 커 23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 피해가 우려된다. 투자자들은 “회사 경영진이 기업 부실을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회사의 장밋빛 제품·기술 개발 계획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증권가와 늑장 대응에 나선 금융당국 책임론도 거론된다.
◇모형으로 개미 투자자 홀린 첨단 배터리

27일 금융감독원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다음달 13일까지 금양으로부터 상장폐지 이의신청을 받은 후 이 자료를 기반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을 거절당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금양이 기한 내에 재감사를 통해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변경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된다. 금양은 배터리 양산에 필요한 기술과 설비, 수주 물량 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을 유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 정리매매 기간 등을 통해 주식을 거래할 수 있지만, 주식의 실질 가치는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 금양 주식은 감사의견 거절을 처음 받은 지난해 4월부터 거래가 정지되고 있다.
금양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장 큰 요인은 금양 측이 내세운 원통형 배터리 기술이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렸던 박순혁 금양 전 홍보이사는 각종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해 자사 원통형 배터리 기술을 홍보했다. 금양은 차세대 배터리인 ‘46(높이 46㎜) 원통형 배터리 시리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양산하겠다고 했다. 각종 전시회를 통해 46시리즈의 모형을 홍보했다.
금양은 2024년 초엔 “부산 기장 공장을 지어 2025년 6월부터 46시리즈 대량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대기업들도 양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도 이 배터리를 대량 양산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한 배터리업체 엔지니어는 “당시 공장도 없었던 금양이 46시리즈를 생산하는 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금양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운 정황을 의심하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등에 공급되는 중간재로 양산 2~3년 전 제품을 공급할 고객사와 계약을 선 체결해야 한다. 당시 금양은 실체가 없는 미국 중소기업과 2조원어치 총판 계약을 맺었다고 홍보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을 몽골 광산을 통해 확보해 4024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는 공시도 했다 1년 후 매출 규모를 66억원으로 수정했다. 이로 인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2023년 9월 요란하게 기공식 행사를 열었던 부산 기장 공장은 현재 건설이 중단됐다. 공장 부지는 공사대금 미납으로 강제경매 절차가 시작됐다. 한 배터리사 임원은 “배터리 생산을 하려면 특허 및 기술력, 핵심 소재, 고객사 확보라는 양산의 3대 필수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금양은 이를 전혀 갖추지 못했다”며 “경영진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할 못하는 증권사·금융당국
금양이 실체 없는 배터리 기술을 홍보하는 기간 시장에 파수꾼은 없었다. 금양에 대한 증권사의 마지막 리포트는 2022년 9월이다. 회사 주가가 연일 급등하는 시기인데도 기업 가치를 분석한 배터리 관련 애널리스트가 한명도 없었다는 의미다. 증권사, 거래소, 금융감독원 등이 강성 주주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2023~2024년 배터리 주가가 급등하던 시기 부정적인 기업 리포트가 나오면 강성 주주들은 해당 애널리스트를 항의 방문하는 등으로 거세게 압박했다. 당시 배터리 업종을 담당했던 한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는 투자는 투자자 책임이지만, 증권사가 워치독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기업이 공개한 첨단 기술의 진위를 선제적으로 검증할 권한과 전문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