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서울 방배동에 거주하는 55세 직장인이다. 배우자는 전업주부고, 자녀는 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자산의 대부분이 집에 몰려 있다. 은퇴 후에는 금융자산만으로 월 100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고, 80대 이후 간병과 요양 비용도 미리 준비하고 싶다. 은퇴 전 남은 기간 자산을 어떻게 재배분해야 할지 궁금하다.
A. 현재 자산 규모만 보면 은퇴 준비가 부족한 편은 아니다. 다만 구조를 보면 보완이 필요하다. 전체 자산의 4분의 3가량이 거주 주택에 묶여 있고, 금융자산도 예금 비중이 높다. 이런 구조는 자산을 지키는 데는 유리하지만, 은퇴 후 매달 생활비처럼 들어오는 현금흐름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은퇴 설계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눠 생각하면 쉽다. 은퇴 전까지 금융자산을 키우는 축적기와 은퇴 후 그 자산을 생활비로 바꿔 쓰는 인출기다. 많은 사람이 자산 규모에만 집중하지만 실제 은퇴 생활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것은 인출 방식이다. 같은 자산이라도 예금에만 넣어두느냐, 배당·이자·연금이 함께 들어오는 구조로 만드느냐에 따라 체감 소득은 크게 달라진다.
현재 월 800만원가량을 저축·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자산을 더 키울 여력이 충분하다. 여기에 근로소득이 유지되고 금융소득을 재투자한다면 은퇴 시점의 금융자산 규모는 지금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예금을 단순 연장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성과 현금흐름 가능성을 함께 갖춘 구조로 조금씩 옮겨가는 일이다. 특히 2028년 만기 자금은 한 번에 움직이기보다 시차를 두고 나눠 재배치하는 편이 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쉽다.
축적기 포트폴리오는 네 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 배당성장주, 국내 고배당주, 배당형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핵심 자산이다. 둘째는 나스닥100,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구조적 성장산업에 투자하는 성장 자산이다. 셋째는 국공채, 우량 회사채, 채권형 상품 같은 안정 자산이다. 넷째는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대체 자산이다. 핵심은 어느 한쪽에 몰기보다 성격이 다른 자산을 섞어 전체 포트폴리오의 흔들림을 줄이는 데 있다.
절세계좌 활용도 중요하다. 연금저축, 개인형 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단순한 절세 수단이 아니라 복리 효과를 키우는 그릇이다. 이미 보유한 퇴직연금과 IRP도 단순 대기성 자산으로 두기보다 은퇴 후 연금 흐름의 한 축이 되도록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연금 수령은 일시금보다 분할 수령 중심으로 설계하는 편이 세 부담을 줄이고 매달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은퇴 이후에는 목표가 달라져야 한다. 이때는 자산 증식보다 현금흐름 안정이 우선이다. 월 1000만원 수준의 생활비를 원한다면 원금을 무리하게 깎아 쓰기보다 배당과 이자, 연금이 함께 들어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외 고배당주와 배당 ETF는 기본 재원이 된다. 채권과 이자형 자산은 비교적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제공한다. 리츠는 임대수익 기반의 배당으로 인플레이션 대응에 의미가 있다. 여기에 일부 대체투자를 섞으면 특정 시장이 부진할 때 전체 소득이 흔들리는 폭을 줄일 수 있다.
세금과 건강보험료도 함께 봐야 한다. 금융소득이 늘면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건보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배우자 명의 계좌를 활용한 소득 분산, 연금계좌 활용, 인출 시기 조절 등이 중요한 이유다. 자녀 증여 계획 역시 은퇴 현금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시기와 규모를 정교하게 짜야 한다.85세 이후 간병과 요양 비용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수익률 높은 자산만으로 대비하기보다 현금성 자산과 연금성 자산을 함께 두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60~70대 생활비를 위한 자산과 80대 이후 돌봄비를 위한 안전판 자산은 구분해 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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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조미현 기자 mwiw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