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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일상 곳곳마다 계급욕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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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일상 곳곳마다 계급욕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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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아파트는 한국전쟁 이후 즐비했던 서울 판자촌의 대체 수단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승용차보다 더한 ‘지위재’가 됐다. 과시적 형태로 세워진 아파트 정문이 이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아파트 브랜드, 자가 여부, 거주 평수 등을 토대로 서로를 구분 짓는다.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가 쓴 <계급욕망의 유전자>는 건축의 양식, 도시의 구조, 각종 생활방식에는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모든 문화적 관습에는 계급을 과시하거나, 더 높은 계급을 모방하려 하는 ‘계급욕망’이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계급욕망이 숨어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피아노다. 피아노는 한때 모든 한국 가정에 놓여 있었다. 자녀를 피아니스트로 키우려는 목적으로 들여온 것은 아니었다. 자녀에게 음악 교육을 시킬 수 있을 만큼 중산층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과시 수단이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레이스가 수 놓인 흰 덮개가 피아노 위에 씌워져 있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 같은 관점에서 각종 역사적 사건과 문화적 요소를 총체적으로 짚는다. 분석 대상은 중세를 이어 근현대 문화로 이어진다. 저자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잔디밭 출입 금지’ 푯말에도 계급욕망이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루이14세는 베르사유궁에 대규모 조경을 완성한 뒤 무분별한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해 푯말을 대거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잔디밭 출입 자제’ 관습은 귀족들과 중간계급에게 널리 받아들여졌다. 비문명인과의 차별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푯말은 프랑스어로 에스티켓으로 에티켓의 어원이기도 하다. 돗자리를 깔기 좋은 잔디밭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것처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에티켓이 즐비해진 배경이다.

    건축학자답게 저자의 분석 종점은 건축물이다. 고대 로마에도 콘크리트는 건축재료로 활용됐다. 그러나 로마인은 콘크리트 뼈대 건물 외부에도 벽돌을 붙였다. 콘크리트보다 벽돌이 높은 지위를 과시하는 재료였기 때문이다. 재료 선택조차 기능이 아니라 위계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이밖에도 콘서트홀, 미술관, 도서관 등 과시를 중요시하는 중간계급이 주로 드나든 건축물의 양식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됐는지 탐구한다.



    책은 후반부에 한국으로 초점을 옮긴다. 1970년대 중반 한국에는 ‘불란서주택’이 등장했다. 한국형 2층 양옥집으로 완만한 지붕과 발코니 등 서양풍 요소가 결합된 형태가 특징이다. 호칭에서부터 문화적 선망지였던 프랑스에서 이식해온 양식임을 강조하고 있다. 콘크리트형 실외 난간, 승용차가 드나들 수 없도록 크게 만들어진 대문 등 과시적 요소를 한껏 담고 있다. 중산층이 지향하던 생활양식과 계급적 욕망이 집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된 사례다.

    현대에 계급은 사라졌지만 계급욕망은 남아 있다. 표현 방식은 더 정교해졌다. 브랜드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학군과 같은 요소들은 한국 사회에서 위계를 형성하며 사람들을 구분하고 있다. 두꺼운 책이지만 간결한 문장들이 읽기를 쉽게 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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