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과 해외로 출국한 일본인 수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일본을 찾은 방일객이 출국한 일본인의 2.9배에 달했다. 엔화 약세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일본의 경제력 저하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방일객은 2024년 대비 16% 증가한 4268만 명에 달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본인 출국자는 같은 기간 13% 늘어난 1473만 명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70% 수준에 그쳤다.
요인 중 하나는 엔화 약세다. 2022년 1월 달러당 115엔 전후였던 엔화 가치는 현재 달러당 160엔 수준까지 하락했다. 일본 최대 여행사 JTB 설문조사에서 ‘올해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77%에 달했다. ‘여행 경비가 비싸다’, ‘엔화 가치가 낮다’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환율 요인만은 아니다. 전체 인구에서 연간 출국자 수를 나눈 ‘출국률’을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3년부터 이미 하락세였다. 지난해 출국률은 11.9%에 그쳤다. 한국과 대만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일본인의 여권 보유율은 작년 말 기준 약 18%에 불과하다.
1980~1990년대 일본의 기술력은 세계를 선도했고, 많은 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 호황으로 해외여행과 유학 붐이 일며 1995년까지 10년 동안 바다를 건넌 일본인은 세 배로 늘었다.
그러나 버블 경제가 붕괴하고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면서 출국자 증가세는 멈췄다. 니혼게이자이는 “정부개발원조(ODA) 등 국제협력도 주춤해졌다”며 “중국과 인도가 부상하면서 일본의 상대적 지위는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