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속 잠자는 CD를 발견했다, 이럴수가 CD는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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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의 종말이 오더라도

    작년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보유하고 있던 음원을 NAS에서 오렌더로 옮긴 일이다. 편의성은 NAS가 좋은 면이 많다. 이동이 편리하고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바뀌더라도 언제든 폴더에 접속해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질은 아무래도 내장 음원 쪽이 좋다. 오렌더에 모든 음원을 옮기니 약 3.5TB 정도 용량이 나오는데, 간만에 디지털 음원 소리가 마음에 든다. 온라인 스트리밍 음원이 아무리 좋아도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특히 내장 음원은 오랜 시간 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CD를 리핑한 것들이 많다. 따라서 CD에 따라 버전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LP가 초반, 재반이 있는 것처럼 CD도 발매 연도, 엔지니어에 따라서 소리가 상당히 다르다.

    온라인 스트리밍에서는 이런 버전에 대한 정보가 없다. 어느 연도에 누가 마스터링했는지 알 길이 없는 음원들이다. 이런 정보는 음악을 듣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하면서도 동시에 재미있는 요소라서, 오래된 음악을 많이 듣는 나에게는 소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종종 CD를 구입하게 만든다. 주로 절판되어서 지금은 구하기 힘든 것들이 많고, 네트워크 스트리밍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앨범들이다. 그래서인지 클래식이 많고 종종 SACD를 구입하게 된다. 랙에 구입한 CD를 진열해놓으면 한 장 한 장 라이브러리가 풍부해지는 재미도 있다.

    요즘엔 종종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가서 CD를 구입하곤 한다. 레퍼토리가 아주 풍부하진 않지만 꼼꼼하게 상태를 확인하고 매입해서인지 상태가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오히려 개인 셀러가 더 비싸게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 온라인 스트리밍이 커버할 수 있는 음악의 세계는 여전히 좁다는 방증이다. 특히 방대한 타이틀과 함께 음질에 민감한 클래식의 경우는 더하다.




    CD 탄생의 비하인드


    CD를 구입하다 보니 CD가 피지컬 포맷의 왕좌를 차지한 후 일어난 다양한 포맷들이 생각난다. 광학 매체의 특성상 여러 변주가 가능한데, 전 세계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오디오뿐만 아니라 포맷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고 진보시키던 시절이다.

    1982년 빌리 조엘의 ‘52nd Street’이 발매되고 이후 1983년 당대 최고의 디지털 녹음인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Brothers in Arms’가 발매되는 등 대중음악 역사에서도 손꼽을 만한 음악들과 함께 CD는 승승장구했다.



    여기서 잠깐. 클래식 팬들은 카라얀을 최초 CD 발매작으로 알고 있다. 카라얀의 베토벤 교향곡 9번을 CD의 첫 발매작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1981년 녹음한 카라얀/베를린 필하모닉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이 녹음되고 이듬해 1982년 10월에 일본에서 CD로 발매되었으나 빌리 조엘보다 약간 늦었다.



    카라얀의 베토벤 9번 교향곡이 첫 번째 CD 발매작으로 오해되기 시작한 건 CD 재생시간을 74분으로 정하는 데 있어서 카라얀이 관여했다는 일화 때문이다. 당대 기술진은 60분가량을 생각했지만 9번 합창 교향곡을 모두 한 장에 넣으려면 74분이 필요하다는 카라얀의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상업용, 그러니까 판매용 음반 발매는 약간 늦었다. 여담이지만 최초로 제작된 CD는 놀랍게도 아바의 ‘The Visitors’였다. 하지만 아바의 CD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실제 판매는 좀 더 늦춰지게 되면서 상업용 최초 CD 타이틀을 가져오지 못했다.

    빛바랜 디스크가 다시 빛나는 순간

    CD는 같은 CD라고 해도 음질 향상을 꾀하면서 여러 종류로 발전했다. 지금 필자도 가지고 있는 CD를 정리하다 보니 HDCD부터 XRCD, SACD, SHMCD, HQCD, UHQCD 등 무척 다양한 CD들이 마구 튀어나와 흥미롭게 들어보고 있다. SACD를 빼고는 완전히 다른 CD라고 할 수 없다. 다른 포맷이 아니라 이른바 레드 북 CD의 제작·마스터링 기법의 변화로 탄생한 CD들의 서로 다른 명칭 정도로 해두자.

    예를 들어 XRCD는 JVC가 1995년에 개발한 마스터링 및 제작 공정에 의해 탄생했다. 고정밀 A/D 변환 및 K2 기술 기반 지터 감소를 꾀했고 고품질 글래스 마스터 제작 체인 등을 통해 일반 레드 북 CD보다 뛰어난 음질을 자랑했다. 특히 오디오파일들은 XRCD로 발매된 CD를 모조리 모으는 컬렉터들이 생겨났을 정도다.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XRCD는 지금도 생산되고 있다. XRCD24 등 좀 더 발전된 형태로 진화하면서 특히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얼마 전 알고 지내는 업체에 갔다가 창고에 잠자고 있던 CD를 발견했다. 바로 HDCD다. HDCD는 지금 생각해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탄생한 CD다. 퍼시픽 마이크로소닉스(Pacific Microsonics)가 개발한 일종의 인코딩 기술을 적용한 CD가 바로 HDCD다.

    이후 퍼시픽 마이크로소닉스는 2000년대 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했을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였다. 요점은 간단해 보인다. CD는 태생적 한계인 16bit 다이내믹 레인지를 극복하기 위해 숨겨진 추가 정보를 넣어 실질적으로 20bit 수준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구현했다는 것이다.

    HDCD의 음질적 장점을 즐기려면 HDCD로 인코딩된 정보를 풀어줄 수 있는 디코더가 내장된 CDP가 필요했다. HDCD의 소리를 인정한 당시 와디아, 마크 레빈슨 등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디코딩 기술을 적극 받아들였고 오디오파일들은 환호했다.

    필자의 경우 아캄의 23(T) CDP를 들으면서 HDCD의 참맛을 즐겼다. 더 나아가 본래 퍼시픽 마이크로소닉스 출신 엔지니어들은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로 매각된 이후 버클리 오디오 디자인(Berkeley Audio Design)을 설립했다. 이들은 Alpha DAC 시리즈를 만들어내면서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에게 커다란 환영을 받으며 호평을 얻어내기도 했다.



    아무튼 지금도 최고 수준의 음질을 자랑하는 레퍼런스 레코딩스 레이블의 음반들은 음원이고 뭐고 HDCD로 듣는 게 최고다. 이지 오우에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는 물론 오디오 마니아에게 필수인 ‘XLO Test & Burn-in’ 같은 음반까지 지금도 내게는 필수품 같은 음반들이 부지기수다. 간만에 창고에서 레퍼런스 레코딩스 HDCD를 본 순간 나는 열 장 정도를 바로 구입해 나의 컬렉션을 살찌웠다.

    CD랙을 들이고, 다시 CDP를 꿈꾸다

    최근 CD랙을 추가로 장만했다. 바우하우스 CD랙으로 약 1200장 정도 들어가는 것인데 집에 있는 CD도 가져다 놓았더니 모양이 난다. 예전에 PC-FI 한답시고 오천여 장을 다 처분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아깝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귀한 것들도 많았는데 말이다.

    아무튼 CD가 다시 늘어나다 보니 CDP가 또 눈에 밟힌다. 지금 쓰고 있는 오포 UDP-205 유니버설 플레이어도 제법 쓸 만하지만 오디오파일이라면 전용 CDP를 써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 무언의 압박을 넣고 있다. 와디아, 에소테릭, 마크 레빈슨, 오디오에어로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브랜드가 떠오른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떠나간다. 온라인 스트리밍은 그런 면이 있다. 아니, 많다. 마치 오래전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보고 반납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어차피 영원한 건 없다지만 내 것이 아닌 것에 깊게 정이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도 저녁을 간단히 먹고 레코드숍에 가서 숨겨진 명반을 찾아봐야겠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음반이지만 내 손에 들어왔을 때 그것은 보석처럼 반짝일 때가 있다. 다만, 그것이 실물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

    오디오 평론가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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