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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오르간의 길을 찾는 카펜터 “편견과 다른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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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오르간의 길을 찾는 카펜터 “편견과 다른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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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간은 엄숙한 악기다. 역사가 말해준다. 유럽의 성당들은 소리로 성스러움을 드러내고자 오르간을 쓰곤 했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든,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이든 오르간이 수많은 방문객들 앞에서 위용을 드러내고 있긴 지금도 마찬가지다. 카메런 카펜터는 이처럼 종교음악의 상징이 된 오르간을 21세기에 어떻게 연주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1981년 미국 태생 오르가니스트다. 다음달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10년 만에 공연한다.




    카펜터는 롯데콘서트홀과 인연이 있다. 그는 2016년 이 공연장의 개관을 기념하는 음악제에서 오르간을 연주했다. 카펜터는 아르떼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당시에도 (롯데콘서트홀의) 오르간을 연구하고 연습하면서 공연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지난 10년간 제 성격과 스타일, 연주에 대한 접근 방식, 음악을 바라보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이번에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건)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기억에 롯데콘서트홀은 “음향이 훌륭할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매우 편안한 공연장”으로 남아있다고.

    “자유로운 사고는 지속가능한 접근법”


    음악계에서 카펜터는 오르간이 여전히 현대적일 수 있음을 입증한 음악가로 여겨진다. 그는 클래식뿐 아니라 영화 음악을 연주하거나 모히칸 스타일로 머리를 다듬고 가죽 재킷을 입은 채 무대에 올라 대중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실력도 인정받았다. 그는 2012/13 시즌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했다. 콘체르트하우스 베를린과 미국 인문학 연구기관인 아스펜 연구소의 상주음악가로도 연주했다. 이런 경험들은 그가 “오르간의 미래에 대한 철학을 증명하는 순간들”이 됐다.

    카펜터는 5세에 피아노와 오르간을 배우며 음악을 시작했다. 종교음악이나 성당의 오르간에 꽂힌 건 아니었다. 한 백과사전에 실린 극장 오르간의 연주 사진을 본 게 계기였다. “극장용 오르간의 컨트롤 시스템과 형형색색의 파이프 조작부(스톱 컨트롤)에 담긴 방대한 잠재력에 매료됐다”고. 고교 시절엔 대중음악에 빠지면서 음악의 외연을 넓혔다. “제 음악 접근법은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했죠. 자유롭게 사고하는 건데요. 이건 지속가능한 음악 접근법입니다. 청중에게 익숙지 않은 음악학적 기준에 맞추려 애쓰는 것보다 에너지가 덜 드는 방식이죠.”





    나이가 들면서는 현시대의 음악을 오르간으로 담아냈다. 팝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직접 오르간 버전으로 편곡한 뒤 연주하는 식이었다. “스스로가 흥미를 느끼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편곡이었다. 앞으로는 옛 무성 영화를 상영하면서 동시에 직접 작곡한 곡을 동시에 연주하는 공연을 늘려가고 싶단다. K팝도 오르간으로 풀어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오그라든다(cringing)”며 선을 그었다. “전 대중음악가는 아닙니다. 대중음악에 관심 있는 건 아니에요.”


    “연주·연습 시간 빼곤 음악 안 듣는다”

    오르간은 설치가 필요한 악기다. 울림통 역할을 하는 기다란 파이프를 두고 있다 보니 공연장에 고정된 형태인 경우가 많다. 카펜터는 자신만의 오르간인 ‘인터내셔널 투어링 오르간(ITO)’을 만든 뒤 투어를 돈 경험이 있다. ITO는 “자신만의 음악을 개인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구현하려 만든 악기”였다. 공연장마다 제각각인 오르간의 불균일함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그는 날마다의 음악에 맞춰 그때그때의 음색을 고른다. ‘오르간 음색은 이래야 한다’처럼 정해진 원칙을 두진 않는단다. 자유로운 생각으로 음악에 접근하는 그답다.


    카펜터는 오르간의 매력을 세상에 설득하려 하지도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겐 이해하기 쉬운 피아노가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 그에게 오르간은 “독특한 악기”이자 “사랑하고 평생 배우며 익혀 온 악기”다. “오르간 연주자로서의 삶을 이어가는 것”이 그가 이 악기를 탐구해 온 이유다. 연주나 연습할 때가 아니고선 음악을 듣지 않는다. 자신이 연주할 음악에만 집중력과 시간을 최대한 쏟고 싶어서다. “그 외 시간엔 음악을 듣지도,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연주자로서의 몸 관리를 위해)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웨이트 트레이닝과 보디빌딩도 하고 있죠.”





    “연주 어려움, 기술이 아니라 정신에서 나와”

    이번 내한 공연에선 롯데콘서트홀의 오르간으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한다. 보통은 피아노로 연주되는 곡들이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음악적 건축미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힌다. 카펜터도 “시간을 초월하는 불멸의 음악”이라고 극찬할 정도. 한국에선 임윤찬이 지난달 낸 앨범으로 더 많은 인기를 얻은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을 연주할 때 겪는 어려움에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어려움은 악기란 매체보다는 음악 그 자체에 내재돼 있다”며 “가장 큰 도전은 기술적인 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곡으로 연주할 전람회의 그림은 카펜터가 편곡한 버전이다. 그가 “다시 작곡한 것에 가깝다”고 했을 만큼 연주자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잘 알려진 작품을 연주할 땐 항상 도전이 따릅니다.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무의식적으로 편견이나 선호가 잡혀 있는 곡이니까요. 제 연주는 아마 그러한 인식과는 다를 겁니다.” 불후의 고전과 개성이 넘치는 편곡 작품을 한 공연에 나란히 둔 이유는 뭘까. “두 곡을 뚜렷하게 대비해 단시간 안에 강렬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그 이상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건 관객의 몫입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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