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 40여 명에게 강조한 말이다. AI가 산업 구조를 통째로 바꾸고 있는 가운데 신속한 기술 투자 및 사업화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남산리더십센터에서 LG그룹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총출동했다.
구 회장은 지정학적 불안,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최근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 배터리, 통신 등 그룹의 3대 사업이 경쟁 심화와 시장 둔화로 큰 도전에 직면했다는 점도 설명했다.
구 회장은 AI가 산업계에 가져온 변화에 주목했다. 최근 업계를 강타한 AI 붐을 과거 전기와 인터넷 도입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AI는 단순히 효율성과 생산성을 개선하는 도구가 아닐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이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속도’다. 구 회장은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며 “사업의 파급력이 큰 분야에서 작은 것이라도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AI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AI 전환(AX) 실행력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구 회장은 “AX는 특정 조직만의 과제가 아니라 CEO와 사업 책임자가 직접 방향을 잡고 이끌어야 할 과제”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 이사회를 통해 2018년 이후 8년간 맡아온 LG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다. 2023년부터 ㈜LG의 사외이사를 맡아온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새 의장으로 선임됐다.
회사 관계자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 독립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는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가장 독립적인 구조로 평가한다”며 “그룹 전반에 투명 경영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