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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투자 유도하는 '탄소가격제'…배출권 가격 낮은 한국선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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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최대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은 스페인 북부의 거점 공장들을 연계해 세계 최초 ‘무탄소 제철소’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약 10억유로를 투입해 히혼 지역에서 그린 수소 기반의 철강 원료(DRI)를 생산하고, 이를 세스타오 공장의 전기로 공정과 결합해 탄소 배출을 사실상 ‘제로’로 만드는 게 목표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고탄소 공정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해지자 기업들이 막대한 설비 투자를 통해 공정 전체를 ‘전기화’하는 대전환을 선택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전기화 혁신에 인센티브
    아르셀로미탈 사례처럼 ‘탄소가격제’가 산업의 전기화를 유도하는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기업들이 비싼 전기·수소 설비를 써도 화석연료 설비를 쓸 때보다 이득을 보는 ‘경제적 역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기업들이 차세대 저탄소·전기화 기술에 투자할 ‘경제적 유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1만원 안팎에서 최근 1만6000원 수준으로 올랐지만 유럽(약 10만~12만원), 미국(약 3만원)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낮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비싼 저탄소 전기화 기술을 도입하기보다 저렴한 배출권을 사서 규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탄소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 기업에 부담이 되는 건 맞지만 이미 저탄소 기술에 투자했거나 앞으로 투자하려는 기업으로선 가격이 어느 정도 올라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의 한국지사 관계자도 “탄소 가격이 너무 낮아 원금 회수 기간이 길어지니 관련 투자를 위한 내부 보고조차 올리기 힘들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전기화 설비 및 공정 개선에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탄소 가격이 우상향할 것이란 기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정부가 시장 안정 명목으로 정부 보유 배출권 물량을 시장에 풀거나 기업이 남는 배출권을 다음 연도로 넘기는 이월을 제한하는 식으로 시장에 개입해 적정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출권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책 패러다임 전환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과거에는 배출량이 많은 업체에 많이 할당하던 배출권을 탄소 배출을 많이 줄이는 업체에 더 할당하는 방식(벤치마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기후환경 컨설팅 업체인 BNZ파트너스 권동혁 부대표는 “벤치마크 할당은 제품 생산량 대비 탄소를 적게 배출한 기업에 배출권을 더 많이 몰아주는 ‘당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업이 저탄소·전기화 기술 등으로 인한 탄소 감축 비용을 스스로 계산해 낮은 가격을 써낸 순서대로 보조금을 주는 ‘탄소감축 설비 경매제’도 도입하는 등 기업들의 전환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핵심은 ‘적정 탄소 가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격이 너무 낮으면 감축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반대로 너무 높으면 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대균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은 “적정 탄소 가격은 기업을 규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전기화 같은 저탄소 기술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부는 안정적인 우상향 시그널을 위한 규칙 마련에 집중하고 과도한 개입을 자제해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리안/하지은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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