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배성우가 7년 만에 영화 '끝장수사'를 내놓으며 남다른 속내를 전했다.
배성우는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랜만에 인터뷰라 긴장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며 "반복해서 말하게 되지만 이 작품이 개봉하게 돼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끝장수사'는 촌구석으로 좌천된 형사 '재혁'에게 찾아온 인생 마지막 기회, 두 명의 용의자가 얽힌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해 신입 형사 '중호'와 서울로 끝장수사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범죄 수사극이다.
배성우는 인생도 수사도 꼬인 베테랑 형사 '재혁'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재혁은 남다른 직감과 노련함으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인물이다. 한때는 잘나가는 광역수사대 에이스였지만, 맡는 사건마다 꼬이며 진급과 강등을 반복하다 인생까지 꼬여버린 촌구석 형사로, 감찰 건을 무마하기 위해 갑자기 굴러들어온 새파란 신입 '중호'를 떠맡게 되고, 4만8700원 교회 헌금 도난 사건으로 검거한 용의자에게서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아내면서 형사 본능을 다시 펼쳐 보인다.
'끝장수사'는 2019년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당초 2020년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배성우의 음주운전 사건 등이 겹치면서 일정이 미뤄졌고, 결국 약 7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배성우는 "이전에 '1947 보스톤'이 공개됐을 때, 그땐 다른 배우들이 있어서 나서지 않고 심적으로 기대서 갔다"며 "이번에는 제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도 사과를 해도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어쨌든 그런 기회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자체에도 죄송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래도 개봉을 하게 돼 다행이고 감사한 생각뿐"이라며 "의외로 제가 작품 할 때 항상 열심히 하는 편이다. 특히 이 작품만을 더 열심히 했다는 건 아니지만, 더 책임을 져야 하는 작품인 건 맞기에 그래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최대한 유연하게 살지만 조심해서 살려 한다"며 "하지 말라는 거 안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배성우와 일문일답.

▲ 오랜만에 인터뷰다.
= 긴장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이전에 저는 인터뷰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다. 작품 이야기를 하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인터뷰를 즐기는 부분이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이라서 그런 것도 있고, 긴장이 많이 된다. 잠도 거의 못 잤다. 지금도 땀이 많이 난다. 원래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 아닌데도 그렇다.
▲ 영화는 어떻게 봤나.
= 오랜만에 제가 나오는 모습을 극장에서 보니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묘하게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완성된 영화를 기술 시사로 먼저 보게 됐다. 계속 같이 만들어가고 작업을 하다 보니 중간중간 편집된 영상을 보기도 했다. 제가 특정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내면 제작진이 이를 받아들여 수정을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예전보다 나이가 덜 들어 보이는 느낌도 있었다.
▲ 대본 수정부터 함께했다고 했다. 기획 개발부터 참여한 건가.
= 처음 대본을 받고 어떤 부분들이 매력 있다고 생각해서 계속 대화를 나눴다. 전형적이면서도 이야기가 꼬여있어서 감독님께 "실제 사건을 염두에 두고 쓴 거냐"고 물으니 "실제 사건이 있다"고 하더라. 실화 바탕이라면 극에 기대기가 더 쉬울 것 같아 그 부분에서 마음이 더 갔다. 당시 드라마에서도 형사 역할을 맡고 있어 고민이 됐는데, 성격도 다르고 저처럼 정리가 안 된 스타일의 외모는 형사 아니면 범인 역할이 많지 않나. 성격만 다르게 가져간다면 충분히 다른 인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 전형성을 깨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을까.
= 일단은 정서적으로 인물에 접근하려 했다. 소속사 대표님이 평소 아시던 형사님께 전화를 드려 대본 내용을 여쭤보고, 경험상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때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는 답을 들었다. 그래서 대본에 입각해 한 장면 한 장면 설득력 있게 만들고자 임했다. 현장에서까지 그 고민을 이어갔던 것 같다.
▲ 정가람과 나이 차이가 21년 나더라. 촬영하면서 세대 차이를 느낀 지점이 있었을까.
= 가람 씨가 순박하다고는 했지만 남자다운 부분이 있다. 가람 씨는 철든 부분이 있고 저는 철이 안 든 부분이 있어서 오히려 잘 어우러진 것 같다.
▲ 실제로도 중호 같은 후배들이 있나.
= 꽤 여러 명 있다. 선배 대하듯 저를 편하게 대한다. 조인성 씨나 '라이브'를 같이 찍은 이광수 씨도 저를 많이 압박하는 편이다.
▲ 촬영 중에 쓰러졌다고 하더라.
= 격투 신에서 상대 배우와 합을 맞추던 중 제 목을 조르는 장면이 있었다. 실제로 하면 아프니까 어느 정도 힘 조절을 하는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위급한 척 보여야 하니 그렇게 연기하다가 어릴 때 기절 놀이 하듯 블랙아웃이 돼서 픽 쓰러졌다. 1, 2초라도 기억이 날아간 느낌이 나더라. 그때 기절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 액션 장면이 생각보다 많았다. 따로 준비했던 부분이 있을까.
= 액션 장면에서 합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막 싸우는 설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소소하게 다치긴 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가람 배우가 선보인 카포에라는 제가 하기에는 조금 뜬금없고 장난 같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재미있게 비친 것 같다. 카포에라는 배워야 할 수 있는 거라 저는 그전에 하던 대로 액션을 소화했다. 액션 팀과 특별한 기술을 연마하기보다는 합을 짜는 정도로 해서 계속 연습하며 임했다.
▲ 이렇게 열심히 찍은 작품인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 이전에 '1947 보스톤'이 공개됐을 때는 다른 배우들이 있어서 나서지 않았고 심적으로 기대서 갔다. 이번에는 제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도 사과를 계속해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죄의 기회도 갖게 됐고, 영화 자체에도 죄송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래도 개봉을 하게 돼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리고 의외로 제가 작품을 할 때 항상 열심히 하는 편이다. 특히 이 작품만을 더 열심히 했다는 건 아니지만, 제가 더 책임을 져야 하는 작품인 건 맞기에 더욱 감사함을 느낀다.
▲ 감독님은 뭐라고 하시던가.
=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개봉하게 됐을 때 제가 굳이 위로받을 필요는 없지만, 감독님이 오랜만에 다시 편집도 하고 더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하셨다며 "영화가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해주시더라. 그 마음이 정말 감사했다.
▲ 찍은 지 오래된 작품이라 7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거다. 다시 만난 후 분위기는 어땠을까.
= 조한철 씨는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고, 정가람 씨는 오랜만에 봤는데 훨씬 더 멋있어졌더라. 저는 미안하고 어색한 부분이 있었는데 다들 내색도 안 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다만 너무 친한데 갑자기 따뜻하게 대하면 이상하니까, 윤경호 씨나 조한철 씨가 따뜻하게 대할 때면 제가 "혹시 기분 나쁜 게 있냐"고 농담을 할 정도로 평소처럼 편하게 대해줬다.
▲ 음주운전 논란으로 공백기가 생기면서 어떻게 지냈었나.
= "연기를 안 하면 어떨까"라고 주변에도 물어봤는데 "안 하면 어쩔 거냐"고 되묻더라. 연기에 대해 생각하던 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당연히 제가 참여한 작품을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큰 바람은 보신 분들이 "좋았다"고 해주시는 거였다. 어떻게 해야 흥행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나. 제가 생각하는 작품과 연기 안에서 많이 고민하고 능력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고민해보려 한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는 건 다큐멘터리를 보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은 "재미있는 거짓말을 해달라"는 마음으로 보는 것인데, 그러다 보면 배우 본체에 대해서도 알게 되지 않나. 그래서 본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 잘 살아가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하게 된 부분이 있을까.
= 이상한 짓을 안 하려고 한다.(웃음) 경직되어서 살아가는 건 제게 쉽지 않은 일 같다. 최대한 유연하게 살되 조심해서 살려고 한다. 하지 말라는 건 안 하면 된다. 제 일을 스스로 열심히 하는 것이 보시는 분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며 가려고 한다.
▲ 당시 동생인 배성재 아나운서도 함께 비난을 받지 않았나.
= 가족이라 서로 어색한 부분이 있다. 그래도 각자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고맙게 생각한다.
▲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하면서 관객수에 대한 기대감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에 기대는 건 위험한 기대 같다.(웃음) 흥행은 정말 예측할 수 없더라. 그저 관객분들이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극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은 것이기에 그런 지표를 볼 때는 기분이 좋았다.
▲ 이전엔 '다작 요정'이었는데, 다시 얻고 싶은 타이틀이 있을까.
= 요정이라는 타이틀은 그 당시에도 어색했다. 연기는 제 직업이기에 많은 기회를 얻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마찬가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