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6월 원칙적으로 중복상장 금지를 예고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성장이 필요한 영세 기업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주주들 허락이 있으면 중복상장을 허용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수 주주가 판단해야”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고 있는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25일 민주당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중복상장 쟁점과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벤처기업의 상장 부분은 (중복상장의) 예외로 해주셨으면 어떨까 간곡히 말씀드린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발표된 중복상장 금지 정책에 대해 당정이 외부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중복상장은 알짜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상장 모회사 주주가 피해를 본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안 부회장은 “코스닥 기업은 자본력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벤처캐피털(VC) 등과 기술 기업을 인수하고 함께 키워온 경우가 다수”라며 “대형 상장사와 같이 일괄 금지 규제를 받는다면 이런 건전한 인수합병(M&A)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주 동의를 기준으로 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소수 주주의 다수결제도(MoM)를 도입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는다면 (중복상장을) 허용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MoM은 이해 충돌성 거래에서 대주주 의결권을 배제하고, 소수 주주 다수의 찬성이 있을 때만 안건을 통과시키는 제도다.
◇중복상장 정의 유형별로 나눠야
중복상장 정의를 유형별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거래소는 일단 외부감사법상 종속회사,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로 수직적 지배관계인 회사를 중복상장 규제 대상으로 정의한 상황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렇다면 중간에 비상장 회사가 존재하는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해외 상장기업이 가진 자회사의 국내 상장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고민이 남는다”고 짚었다.금융당국은 이날 중복상장에 대한 모회사 이사회의 주주 충실 의무가 구현되도록 민주당과 논의해 법을 바꾸겠다고 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토론회에서 “모회사 이사회가 이 같은 의무에 근거해 영향평가와 입장을 공시하는 방안을 자본시장법에 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안은 중복상장 금지 여파로 기업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하는 것에 대비하는 효과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자회사가 해외에 예탁증서(DR)를 상장하는 행위도 모회사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시장에 불씨를 남겼다. 이 경우 최근 추진되는 일부 대기업의 미국예탁증서(ADR) 상장 등도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