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력으로 개발한 첫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양산 1호기가 25일 출고됐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한 지 25년 만에, 2015년 체계 개발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올린 성과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출고식에 참석해 “우리 힘으로 하늘을 지킬 우리 전투기가 드디어 실전배치 준비를 마쳤다”며 “KF-21은 뛰어난 성능과 낮은 유지비용, 기체 플랫폼의 높은 확장성 등으로 1호기 출고 전부터 세계 각국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4.5세대 전투기인 KF-21 양산 1호기 출고는 한국이 실전에 쓸 전투기 양산 능력을 갖춘 국가로 처음 올라섰다는 의미가 있다. K-9 자주포, 천궁-Ⅱ 미사일 등 지상 화력 장비와 유도무기 위주이던 한국의 무기 수출 시장 타깃이 세계 공군 기지로 확장될 전망이다.
◇‘전투기 수출국’ 된다
KF-21은 초기 설계 단계부터 4세대 전투기 베스트셀러인 F-16과 미국 공군 전력을 대표하는 5세대 스텔스전투기 F-35 등을 동시에 벤치마킹했다. 2021년 시제기를 처음 선보인 후 시제기 1호기부터 6호기까지 995회 지상 시험과 1601회 비행 시험을 무사고로 마쳤다. ‘K방산’의 결정체로 불리는 KF-21 생산에는 국내 방산기업의 기술이 집약돼 있다. KAI 주도로 한화그룹, LIG넥스원 등 국내 기업 600여 곳 소속 6만4500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타국에서 이전받기 어려운 전략 자산인 능동전자주사위상배열레이더(AESA) 등 첨단 항전장비를 자력으로 확보했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양산 1호기는 올 9월 공군에 인도된다. 양산 1호기엔 작년 8월 출고된 한화시스템의 AESA 레이더가 들어갔다. 공군은 2028년까지 KF-21 40대, 2032년까지 총 120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공대지 미사일 성능 검증 남아
실전 배치에 앞서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공대지 화력을 높이는 ‘추가무장 시험사업’이다. 2028년 말까지 7000억원을 들여 유도폭탄유닛(GBU)-31, GBU-56 등 미국 보잉이 개발한 합동정밀직격탄(JDAM) 장착과 발사 시험을 한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한국형 중거리 유도탄 ‘KGGB’도 KF-21에 실린다. 최종 무장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체계 개발 중인 장거리공대지유도탄 ‘천룡’이다. 천룡은 북한 수뇌부가 은신한 지하 깊은 곳의 지휘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1360㎏급 벙커버스터 미사일이다. 노지만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추가무장 시험사업 결과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성비로 수출 기대 높아
초도 생산 물량 40대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인도가 예정돼 있다. 연평균 13대가량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3’ 개량 단계에 진입하면 진정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진화할 전망이다. KF-21은 레이더 반사 면적(RCS)을 줄이기 위해 저피탐 설계를 적용했다. 양산기인 블록-1은 JDAM을 담을 수 있는 파일런(날개 하부 설비)이 외부로 돌출돼 있어 스텔스 성능이 완벽하지 않다. 블록3 단계에 들어가면 안쪽으로 매립돼 레이더 회피 성능이 높아진다.KF-21 대당 생산 단가는 공식 발표된 바 없지만 12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KAI가 공군과 맺은 20대 공급 가격(17억5000만달러)으로 추정하면 대당 공급가는 8750만달러(지난 25일 매매기준 환율 적용 약 1311억원)다. 우리 군의 F-35 도입 초기 단가 1835억원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확연하다. 최근 환율과 부품 가격 인상 등을 감안하면 1억1000만달러 수준으로 올랐다는 해외 방산업계 분석도 있다. 앞서 인도, 카타르 등에 팔린 같은 프랑스의 4.5세대 전투기 라팔의 2024년 자국 공급가가 1억3000만달러 수준임을 감안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KAI가 2월 내놓은 올해 수주 목표 10조4000억원도 KF-21 수출 예상 물량을 감안해 산출했다.
이해성/김형규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