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의 한복판에 KKR이라는 ‘빅 네임’이 호출된 것은 투자심리 위축과 ‘패닉 런’ 공포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악재다. 올 들어 블랙스톤 블랙록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운용사로 접수된 환매 요청이 100억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당황한 운용사들의 ‘제한적 환매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펀드 실적과 무관한 무차별 매도세가 확산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재연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사모대출은 둘 다 규제 바깥에서 몸집을 불린 그림자금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수익을 앞세워 최근 5년 새 급팽창한 사모대출 시장의 위기는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동반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시킨다. 한국은 사태 추이에 특히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세계 사모시장 규모가 2조1000억달러(약 3100조원)에 달하는 데다 증권 연기금 등 국내 금융권 투자도 최소 38조원으로 집계된다. 정부는 “관리 가능한 익스포저(노출)”라지만 부실 확대 시 한국 금융의 건전성과 유동성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복잡한 구조화로 사태를 키운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와 달리 사모신용 시장은 파생상품화 정도가 낮은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하지만 사모펀드 환매 중단이 AI와 반도체라는 우리 경제의 주력 엔진을 멈춰세울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사모신용 시장은 반도체·AI 산업을 견인하는 데이터센터 투자의 약 30%를 담당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바퀴벌레 한 마리를 봤다면 근처에 더 있을 것”(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이란 위기의식 아래 시나리오별 만반의 대응책을 가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