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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21세기 가정과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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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21세기 가정과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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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의 최소 단위는 가정이다. 인간은 가정과 일자리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는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가정과 일자리 모두가 흔들리고 있다. 전자는 전통적 가족의 해체, 후자는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비록 세상이 가는 방향이 정해졌다고 해도,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함께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경쟁과 속도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지만, 경제 성장의 그늘 역시 만만찮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유학할 때 현지 방송은 주말 황금 시간대에 임신과 출산을 정면으로 다뤘다. 21세기 초 우리 사회는 남녀가 각자 군대와 출산으로 나뉘어 상대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시절이었다. 사전 준비와 교육이 부족한 채 부모가 되는 세대였기에 네덜란드인이 달리 보였다. 그들은 이른 아침 일과를 시작하고 점심은 도시락을 싸거나 집에 와서 먹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화단을 가꾸는 일상을 보냈다.


    프랑스는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마을이 참여하고 있었다. 동네에서 본 황새 깃발이 걸린 곳이 보육 시설 ‘크레슈’였다. 다양한 크레슈가 있었다. 어린이집처럼 큰 시설도 있지만 작은 가정집 크레슈, 급한 용무로 시간제로 잠깐 맡길 곳 등이었다. 어느 날 출근하며 세어 보니 우리 동네 곳곳에 많았다. 비용은 소득 수준에 따라서 정부가 차등 보조했다. 더 여유가 있으면 ‘누누’라 불리는 전속 돌보미를 채용했다.

    가족의 형태는 변해도 가정의 본질은 남는다. 유럽은 가정 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게 결혼 중심의 제도를 보완해 왔다. 가족의 변화를 바탕으로 가정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이다. 가정이 감당하지 못하면 사회 전체의 부담이 커진다.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가정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 역할을 키우는 정책이 절실하다. 결혼과 출산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제도가 재정비돼야 한다. 낡은 체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개인 차원의 최적화 노력이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즉, 가정과 일자리 그리고 제도는 긴밀히 연결된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가사 노동에 대한 소득 인정, 파트타임 고용 활성화 등에 앞장서 왔다. 싱가포르는 공공주택을 배정할 때 개인 가구와 가정이 서는 줄 자체가 다르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농업 협상에서도 핵심은 일자리 문제였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과 수준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인용하자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좋은 사회 시스템은 행복한 가정이 늘어나도록 도와야 한다. 즉 적정한 일자리(decent work)를 찾고 공동체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기회가 필요하다. 누구나 가정을 이루고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그 사회가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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