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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 시장의 게임체인저, 법인투자자와 신뢰 [삼정KPMG CFO 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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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03월 25일 09: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4년 이후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은 단순한 반등을 넘어 제도권 편입을 축으로 한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다. 특히 미국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전통 자산운용사의 본격적인 진입과 기관 자금 유입을 촉발하며 시장의 성격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아시아에서도 홍콩의 현물 ETF 승인, 싱가포르의 라이선스 중심 규율, 일본의 세제와 회계 기준 정비 등 제도 기반이 빠르게 갖춰지며 시장 인프라가 성숙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4년 하반기부터 금융당국과 업계가 법인 계좌 허용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정치권의 입법 논의도 이어지며 법인 참여가 ‘가능성’에서 ‘실행’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높은 변동성과 불명확한 규제, 리스크 관리 인프라 부족으로 개인 중심의 시장에 머물러 왔으나, 제도와 인프라가 정비되면서 법인 참여는 시장 신뢰와 성숙도를 높이는 질적 전환의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 참여가 디지털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법인투자자의 시장 진입은 단순한 수요 증가를 넘어 시장 구조와 생태계 전반에 변화를 가져온다.

    첫째, 시장 유동성과 가격 안정성 제고다. 법인투자자는 대규모 자금을 장기 관점에서 운용하는 경향이 있어 투기적 변동성을 완화하고 시장의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기관 자금 유입과 함께 가격 변동성의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둘째, 제도의 성숙이다. 법인의 시장 참여는 시장 참여자들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체화하고 표준화하는 데 기여한다. 거래소, 발행자, 자문사 등 시장 참여자가 법인이 요구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갖추는 과정에서 생태계의 전문성과 신뢰도도 함께 높아진다.
    셋째,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의 확장이다. 법인의 시장 참여는 토큰화 증권, 현물기반의 블록체인 발행, 스마트계약 기반 결제 등 다양한 영역으로 금융 인프라 확장을 촉진할 수 있다.
    다만 대형 법인 중심의 거래 집중이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개인 투자자 불이익과 같은 위험도 존재한다.
    시장 참여자의 역할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화가 가속화되면서 시장 참여자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도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법인투자자가 디지털자산을 보유하고 운용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수준의 공식적인 투자 의사결정 체계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의사결정 체계에 디지털자산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투자 정책을 수립하여 투자 가능한 자산의 범위, 최대 보유 한도, 승인 권한 체계 등을 명문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임직원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과도한 리스크 노출을 방지하는 핵심 안전장치다.



    내부통제 측면에서는 직무 분리(Segregation of Duties)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 투자 결정, 집행, 검증, 보고의 각 단계를 분리하고, 멀티시그(Multi-signature) 기반 승인 체계를 통해 단일 개인이 자산을 임의로 이전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또한 콜드월렛(Cold Wallet)과 핫월렛(Hot Wallet)의 용도를 명확히 구분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자산은 반드시 오프라인 수탁 환경에 보관하는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는 키(Key) 관리 체계가 특히 중요하다. 프라이빗 키(Private Key)의 분산 보관, 정기적인 키 교체 정책, 임직원 퇴사 시 접근 권한 즉시 회수 절차 등이 내부통제 규정에 포함되어야 한다. 외부 해킹뿐 아니라 내부자 위험(Insider Risk)에 대비한 통제 장치가 필수적이다.


    디지털자산 발행자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해 가장 높은 수준의 공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발행 단계에서는 백서(White Paper)를 통해 프로젝트의 목적과 기술 구조, 토큰의 경제적 기능과 권리의 내용, 발행 물량 및 배분 계획, 자금 사용 계획, 핵심 팀원의 이력, 스마트 계약 코드의 외부 감사(Audit) 결과 등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특히 토큰이 증권성 판단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를 통해 규제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행 이후에도 프로젝트의 개발 진행 상황, 파트너십 체결, 주요 인력 변동, 스마트 계약 업그레이드, 토큰 소각과 추가 발행, 자금 사용 내역 등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항은 신속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과거 국내 사례에서 확인되었듯이 공시의 정확성과 적시성이 훼손될 경우 투자자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보안 사고 발생 시에도 국내외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신속하고 전면적인 정보 공개가 원칙적으로 지켜야 한다. 또한 스마트 계약에 대한 정기적인 외부 보안 감사, 온체인(On-chain) 기반 자금 투명성 확보, 거버넌스 구조 공개와 독립적인 감사 체계 역시 필수적인 핵심 요소다.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서 운영 건전성과 이용자 보호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내부통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 자산의 안전한 분리 보관이다. 콜드월렛 중심의 보관 체계와 강화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고 발생 시 이용자 피해 보상을 위한 준비금이나 보험 가입도 요구된다. 준비금 증명(PoR)은 거래소 투명성 강화의 핵심 수단이다. 2022년 FTX 사태 이후 주요 거래소들은 제3자 회계법인의 준비금 증명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도 자산과 부채 현황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공개하는 준비금 증명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사고들은 다중 검증 체계 부재, 지갑 관리 미흡, 사전 대응 부족 등 내부통제의 취약성을 드러냈으며, 법인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경우 현재의 내부통제 수준으로는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업 경영자가 주목해야 할 전략적 과제
    법인투자자로서 디지털자산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기업 경영자들은 다음과 같은 과제를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전략에서도 그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재무 전략의 재편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현 스트래티지)는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주요 재무 준비 자산으로 채택해 ‘비트코인 기업’으로 포지셔닝하는 과감한 전략을 실행해 왔다. 그 결과 주가 상승과 시장 인지도 제고라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동시에 비트코인 가격 하락 시 재무적 압박이 커지는 고위험 구조임도 확인됐다. 이는 테슬라, 블록(Block)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디지털자산을 재무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며 각 기업의 리스크 허용 범위, 현금 흐름, 부채 비율, 주주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두 번째는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 모델 혁신이다. 블록(Block, 구 스퀘어)은 비트코인 결제 인프라를 핵심 사업으로 통합하면서 사업 모델과 재무 전략을 함께 디지털자산 생태계에 연계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아울러, 토큰화된 실물자산(RWA) 시장은 2030년까지 수십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기업들도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IP) 등 비유동 자산의 토큰화를 통해 새로운 유동성을 창출하고, 스마트 계약 기반의 공급망 관리 및 B2B 결제 자동화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도 자체 디지털자산 플랫폼을 구축해 채권 발행, 레포(Repo) 거래, 외환 결제 등 전통 금융 인프라의 블록체인 기반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세 번째는 조직 내 디지털자산 역량의 내재화다. 경영진을 포함해 재무팀, 법무팀, IT팀 등 전 조직의 디지털자산 이해력과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를 상설 조직으로 운영하거나, 전문 인력을 채용해 내부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 중장기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 이러한 내재화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신기술을 도입하고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제도화 시대, 신뢰가 경쟁력이다
    현재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가총액 상위 20위 안에는 한국발(發) 프로젝트가 단 하나도 없다. 국내 투자자들은 높은 거래량으로 시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정작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 프로젝트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큰 아쉬움이다.

    한국은 IT 인프라,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제조업 경쟁력, K-콘텐츠, 게임 산업의 글로벌 영향력 등 디지털자산 산업에 활용 가능한 잠재력이 충분하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이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발행 가이드라인 마련,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국내 생태계를 안정화할 수 있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 생태계 구축도 가능하다.
    법인투자자의 시장 참여 허용은 중요한 분기점이다.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 유망 프로젝트의 자본력과 신뢰도가 강화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는 해외 프로젝트 중심의 거래 구조를 넘어, 한국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생태계로 발전하기 위한 핵심 요소이다.

    결국 제도화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신뢰다. 법인투자자는 투자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발행자는 충실한 공시를 통해 투자자 보호 책임을 다해야 하며, 거래소는 자산 보호와 투명성 확보를 통해 인프라로서의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 이런 기반이 마련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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