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경영권 방어에 일단 성공했다. 황덕남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이사 선임에서 최 회장 측과 우군이 1~3위를 차지했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의 합작법인 크루서블JV가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 기타비상무이사가 최다 득표로 이사회에 입성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도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이어 최 회장, 황덕남 변호사, 영풍·MBK 측 추천 인사인 최연석 MBK파트너스 파트너(기타비상무이사)와 이선숙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사외이사) 순이었다.
이로써 이사회는 기존 11대4에서 최 회장 측 9석(미국 측 1석 포함), 영풍·MBK 측 5석으로 재편됐다.
4대11로 기울어졌던 구도가 5대9로 좁혀지며 영풍·MBK 측이 이사회 내 입지를 크게 강화했다.
이날 주총은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의결권 위임장 중복 문제로 예정된 시간인 오전 9시보다 3시간 늦은 낮 12시께 개회했고, 이후에도 수차례 정회가 반복됐다.
정관 변경 안건은 양측 초박빙 지분 구조 탓에 대부분 무산됐다.
영풍·MBK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 도입안은 52.85% 찬성으로 부결됐고, 최 회장 측이 제안한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안도 53.59% 찬성에 그쳐 특별결의 요건(66.7%)을 넘지 못했다.
영풍·MBK가 제안한 이사회 소집 절차 변경안만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돼 향후 이사회 소집 시 최소 3일 전 통지가 의무화됐다.
표결 과정에서 집중투표 기준 변경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고려아연은 지난해와 달리 미행사 의결권을 비례 재배분하는 '프로라타' 방식을 적용했고, 영풍·MBK 측은 "확정된 기준을 치열한 표 대결 국면에서 갑자기 변경한 것"이라며 의장권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 대리행사 플랫폼 시스템상 구조적 한계로 의결권이 과소 집계되는 문제를 바로잡은 것"이라며 "프로라타 방식과 기존 방식 모두 동일한 결과가 산출됐다"고 밝혔다.
감사위원 공백도 과제다. 감사위원 확대안이 부결되면서 고려아연은 9월 개정 상법 시행 전 임시주총을 열어 감사위원을 추가 선출해야 한다.
영풍·MBK 측은 "이번 주총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보다 균형 잡힌 구조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경영권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 회장 측 우호 지분(37.9%)이 MBK·영풍 측(41.1%)에 3.2%포인트 뒤처진 데다, 국민연금이 최 회장 재선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등 핵심 기관투자자의 이탈 기조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영풍·MBK 측은 이사회 내 입지를 넓힌 만큼 향후 경영 사안마다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