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에 외국인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다. 다음달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가 10년 만기 국고채 등 중장기물을 중심으로 장바구니를 채우는 모습이다. WGBI는 글로벌 채권 상장지수펀드(ETF)가 추종하는 대표 지수다. 편입이 확정되면 자동으로 자금이 유입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고채 매수세는 최근 한 달 사이 뚜렷해졌다. 지난 16일 10년 만기 국고채 4800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지난달 26일에는 초장기물인 20년 만기 국고채를 400억원어치 매수했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장외 시장 기준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12월 13조394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월 7조1437억원, 2월 11조4363억원, 3월 현재까지 4조9513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WGBI 편입을 앞두고 매수 효과를 선점하기 위해 중장기 국고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가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당국은 WGBI 편입을 앞두고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국고채 발행 물량 조절과 단순 매입 확대 등 선제적인 안정화 조치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현재 유입되는 자금은 이른바 ‘선취매’ 성격이 강하고, 본격적인 패시브 자금(지수 추종 자금) 유입은 편입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WGBI 추종 자금의 약 30%를 차지하는 일본계 자금이 핵심이다. 일본계 투자자는 보수적인 투자 성향상 내부 투자 기준 등을 검토한 뒤 지수 편입 이후에야 자금 집행을 하는 사례가 많다.
증권업계는 WGBI 추종 자금의 국내 유입 규모를 50조원(약 374억~416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국고채 발행 한도(225조7000억원)의 상당 부분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로, 수급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일본 등 주요국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 매력 저하 가능성이 변수로 꼽힌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연 2.3%를 웃도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상승으로 투자 유인이 낮아질 수 있어 실제 자금 유입 시점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