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1510원을 돌파한 가운데 증권사들이 '서학개미'(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회귀를 위한 복귀계좌(RIA·해외주식의 국내증시 복귀계좌)를 잇따라 출시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유안타증권, iM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이 이날 RIA를 열었다. RIA는 해외주식 매도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환류해 장기 투자로 연결할 경우 한시적으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계좌다.
이 계좌를 통해 해외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주식 등에 투자할 경우 매도 시점에 따라 50∼100%의 양도소득세 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도입 근거가 되는 '환율 안정 3법'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면서 출시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여야가 부칙을 수정해 세제 혜택을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날 계좌 개설이 가능해졌다.
대상 자산은 지난해 12월23일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과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다. 납입 한도는 해외주식 매도액 기준 최대 5000만원이다. 오는 5월 말까지 복귀하면 양도소득세를 100% 면제받을 수 있다. 6~7월에는 80%, 8~12월에는 50%가 감면된다.
한 명의 투자자 기준으로 증권사별 1개씩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납입 한도인 5000만원은 모든 증권사 계좌를 합산 적용한다.
RIA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 환전하면 공제 대상이며, 최소 1년 동안 유지해야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 유지 기간은 계좌 개설일이 아니라 납입일 기준이다.
RIA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은 국내 상장주식(코스피·코스닥·코넥스), 국내 주식형 펀드(ETF 포함), 예수금이다. 반드시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계좌 안에 현금만 보유하더라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RIA 도입이 단기적으로 달러 매도 수요를 자극해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주식 매도 대금이 원화로 환전돼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구조인 만큼 외환시장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국내 증시가 중동 긴장감에 약세를 나타내는 데다, 장기적으로 원화 자산 보유에 묶어둘 만한 유인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린다. 또 세제 혜택 종료 이후 자금이 다시 해외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어 효과의 지속성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국내 시장의 수익률 전망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복귀 가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