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성격이 높은 데다 미국 성장 동력인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며 이념 논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빅테크를 창업한 유명 기업인은 일찌감치 거주지를 옮기는 등 부작용도 가시화하고 있다.23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억만장자세’ 주민투표를 위한 주민발의 서명을 받고 있다. 미국서비스노조 서부의료지부 등 노조와 시민단체가 주도한다.
11월 주민투표를 위해 6월 말까지 받아야 하는 서명은 87만5000명으로 이미 상당수를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000억달러(약 151조2500억원)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며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걷은 세금의 90%는 의료서비스, 10%는 공교육과 빈민층 식량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의 부유세 도입 움직임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예산 삭감에서 촉발됐다. 향후 10년간 의료 시스템인 메디케이드 지출을 1조달러 삭감하는 내용이다. 주정부 지출의 40%가 의료서비스 지원에 들어가는 캘리포니아는 연방정부 예산 삭감의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억만장자가 많이 거주하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반발도 거세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부유세 반대 시민단체 ‘더 나은 캘리포니아 건설’에 4500만달러를 기부했다. 브린 외에도 피터 틸 팰런티어 공동창업자(300만달러), 토니 쉬 도어대시 최고경영자(200만달러), 크리스 라슨 리플 회장 겸 공동창업자(200만달러) 등이 거액을 기부했다. 이들은 “부유세로 많은 혁신기업이 캘리포니아주를 떠날 것”이라며 “기업들이 떠나면 증세는커녕 매년 1억달러 이상 세금 손실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이미 캘리포니아주를 떠난 기업인도 다수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올해 1월 기준으로 거주지가 캘리포니아인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세금이 소급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브린과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주정부와의 모든 관계를 끊었다. 페이지는 자신이 소유한 유한회사 45개를 모두 이전하기 위한 서류를 주정부에 제출했다. 틸도 자신의 투자회사 ‘틸캐피털’ 주소를 마이애미로 옮겼다.
세금 부과를 찬성하는 측은 미국 경제가 점점 부유층에 의존하는 ‘K자형 구조’를 만들고 있음을 우려한다. 무디스애널리틱스 분석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지출(2025년 3분기 기준)의 59%가 소득 상위 20%에서 나온다. 이는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미국 내 초부유층 400명의 실효세율(23~24%)이 일반 국민 평균(약 30%)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UC버클리)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덜 내는 것은 이들이 소득세가 아니라 법인세를 납부하기 때문이다. 또 상당수 억만장자가 보유 주식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활비에 쓰다보니 소득세 부과를 회피할 수 있다. 담보대출 이자율은 고소득자의 소득세율보다 낮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가 추진하는 부유세가 미실현 순자산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법적 논란도 예상된다. 미국 수정헌법 16조가 규정한 ‘소득’ 범위를 벗어나고 법적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이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졌다. 과세 기준일을 법 통과 이전인 올해 1월 1일로 소급 적용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헌법상 ‘소급 입법 금지’ 원칙과 충돌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관련 소송이 불가피하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