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글로벌 통화정책을 조율해온 신현송 통화경제국장(사진)이 다음달 20일 임기가 끝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자로 지명됐다. 신 신임 한은 총재 후보자는 물가뿐 아니라 금융 안정에 대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해온 세계적인 국제금융 권위자다. 가계부채 관리 등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한 한은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국 중앙은행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갖춘 만큼 글로벌 공조를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화하는 데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
신 후보자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석학이다. 1998년 투기자본의 외환시장 공격에 대한 정책당국의 대응을 다룬 논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6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서브프라임이 세계 경제에 대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견했다. BIS뿐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Fed), 영국은행(BOE), IMF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 국제기구에서 경험을 쌓았다.국내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으로 일하며 한국형 거시건전성 정책 설계 과정에 참여했다. 당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국제금융시스템개혁국장을 맡은 김용범 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 건전성 부담금 등 외환 건전성 3종 패키지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이력 덕분에 이론적 전문성과 국제 네트워크, 정책 수립 경험 등 중앙은행 총재에게 요구되는 세 가지 자질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 정권 한은 총재 후보로 거론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학자로서 신 후보자는 취약한 은행 시스템이 금융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부채(레버리지) 및 자본 유출입의 위험성에 주목해 왔다. 대표 논문인 ‘유동성과 레버리지’는 자산 가격 상승기에 금융회사의 레버리지가 경기순응적으로 확대되면서 시스템 전체의 취약성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전세 제도를 “임대 시스템이지만 실제로는 비공식 대출 제도이기도 하다”고 평가한 것 역시 주목받았다.
통화정책에서도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목표인 물가 안정뿐 아니라 금융 안정을 중시해 왔다. 2015년 BIS 세미나에서 그는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을 분리된 도구가 아니라 연결된 체계로 봤다.
◇거시건전성 중시 실용적 매파
신 후보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9월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은 특성상 한 번 시작되면 처음에는 한정된 품목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점차 더 많은 품목으로 확대되며 상호작용을 일으킨다”며 “우리는 이 같은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런 이유로 그는 매파로 분류되지만 기계적인 금리 인상론자는 아니다. 2013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양적완화는 당기면 당길수록 돌아가는 충격이 더 커지는 고무줄”이라며 Fed의 장기 양적완화를 비판하면서도 “충격이 현실화한 국면에서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 금융 안정을 지키고 실물경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시건전성을 중시하는 실용적 매파’로 평가되는 이유다.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신현송의 한은은 가계부채와 금융 스트레스가 커지는 국면에서는 거시건전성을 중시하고, 위기 국면에서는 유동성 공급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후보자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자본 유출의 통로가 될 뿐 아니라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8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그는 “자국 통화(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은 오히려 달러 표시 가상자산과의 맞교환을 촉진해 자본 유출 통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한은의 디지털화폐 실증 사업인 ‘프로젝트 한강’은 중단 없이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주요 약력
△1959년 대구 출생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정치학·경제학부 졸업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옥스퍼드대 교수
△영국은행(BOE) 고문
△국제결제은행(BIS) 자문교수
△국제통화기금(IMF) 상주학자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미국 뉴욕연방은행 금융자문위원회 위원
△미국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자문교수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BIS 조사국장(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경제자문역
△BIS 통화경제국장
정영효/심성미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