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다주택 보유 공직자를 부동산 정책 논의에서 배제하라고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에 지시했다.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공직자가 부동산 정책을 마련하면 규제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규제 사각지대를 최소화해 정책 완결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도 깔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정책, 0.1% 결함도 없어야”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 입안, 보고, 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 비거주 고가 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동산 공화국 탈출은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핵심 중의 핵심 과제고 부동산이나 주택 정책에서는 단 0.1%의 결함이나 구멍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 대통령은 “주택 보유가 많을수록 유리하게, 집값이 오르도록 세제·금융·규제 정책을 만든 공직자들이 문제”라며 “그런 제도를 만든 공직자나 방치한 공직자가 그 잘못된 제도를 악용해 투기까지 한다면 그는 비판을 넘어 제재까지 받는 게 마땅하다”고 적었다. 청와대는 “현재 부동산 정책 담당자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파악 중”이라며 “현황 조사 후 업무 배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다른 X 글에서 사업자 대출로 마련한 자금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례에 대한 국세청 조사 방침을 다룬 언론 보도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사기죄 형사처벌에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고 강제 대출 회수를 당하는 것과 선제적으로 자발 상환하는 것 중 어떤 선택이 더 합리적일지는 분명하다”고 썼다.
◇관련 부처에 다주택자 사례 있어
이 대통령은 이달 초 “돈이 되니 살지도 않을 집을 사 모으는 것”이라며 “집을 사들이는 것이 이익이 되도록 정부가 세금·금융·규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다주택이 돈이 되도록 정책을 수립했고 그 결과 부동산 공화국이 됐다는 인식이다. 규제 회피 통로가 생긴 것도 이해관계가 있는 공직자가 부동산 정책을 마련한 영향이 있다고 봤다. 다주택 공직자 업무 배제를 지시하며 ‘0.1% 결함’ ‘구멍’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다주택자 승진을 배제하려고 했지만 대법원이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해 무산됐다.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일부 공직자가 이 대통령이 언급한 세 가지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으로 대상을 넓히면 해당하는 인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청와대는 업무 배제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청와대 참모진 중에는 다주택자가 다수 있지만 부동산 업무와 직접 관련된 참모는 많지 않다. 다만 부동산 정책 핵심 참모인 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은 배우자와 세종시 아파트(112.59㎡)를 공동 소유하고 있고, 배우자가 서울 대치동 다가구주택과 도곡동 아파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비서관은 세종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처분하더라도 배우자가 핵심 규제 지역 주택 지분을 복수로 보유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수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핵심 참모조차 지키지 못할 무리한 기준을 내세워 공직사회를 압박하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치”라고 비판했다.
한재영/정영효/조미현/유오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