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데자뷔…'AI 빚투'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모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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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데자뷔…'AI 빚투'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모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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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8월 프랑스 투자은행(IB) BNP파리바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에 투자한 펀드 3개의 환매를 중단했다. 저신용 고위험 모기지 상품에 투자한 뒤 연체가 심해지자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게 됐다. 1년 뒤 이 사건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점으로 평가됐다.

    최근 환매 중단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상기시키는 사모대출은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산물이다. 금융위기 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자금조달 수요가 은행 밖으로 이동한 결과다.


    ◇급성장한 그림자금융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사모대출 규모는 2조3000억달러 수준으로 파악된다. 2010년 3800억달러 규모로 ‘틈새시장’ 정도로 여겨진 사모대출은 약 15년 사이 여섯 배가량으로 불어났다.

    사모대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결제은행(BIS)이 바젤3 규제 등을 통해 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성장했다. 은행은 비우량 기업에 대출할 경우 자기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등 제약이 많지만 사적 영역에서 이뤄지는 사모대출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최근 사모대출이 급증한 것은 인공지능(AI) 분야 투자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UBS는 사모대출 포트폴리오의 약 25%가 AI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매 요구 급증
    규제 바깥에서 몸집을 불려온 사모대출 운용사들은 최근 위기의 진원지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4분기 블루아울이 기술주 특화 비상장 투자집합기구에서 15.4%의 환매를 진행했고, 지난 3일 블랙스톤은 7.9%의 환매 요청이 발생하자 회사와 경영진이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11일 모건스탠리는 11%의 환매 요구 중 5%만 응한다고 밝혔고, 클리프워터도 14%의 환매 요청을 소화하지 못하고 7%로 한도를 제한했다.


    최근 사모대출에 대한 투자자의 환매 요구가 크게 늘어난 것은 AI 과잉 투자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모대출이 투자한 기업들의 부실이 현실화하면서 운용사들이 손실을 보고 자산가치를 상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초반과 비슷”
    전문가들은 최근 사모대출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와 비슷하다고 평가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사모대출이 모두 저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한 변동금리 상품이라는 점이 가장 큰 유사성으로 꼽힌다. 이런 상품은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가 둔화하면 취약성이 극대화할 우려가 있다. 차주의 부도율이 높아지고 일부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이어지는 초기 불안 징후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회사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채담보부증권(CDO), 합성 CDO 등으로 구조화되면서 위기가 증폭된 데 비해 사모대출은 일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으로 파생됐지만 비중이 약 1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익스포저 역시 차이가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은행의 손실 규모를 최대 4조1000억달러까지 추정한 데 비해 사모대출 익스포저는 960억달러 수준에 그친다. 김선경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란 사태로 경기가 둔화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사모대출 부실이 증가해 다른 시장으로 확산할 여지가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모대출

    은행이나 공모 채권시장을 통하지 않고, 소수 전문 투자자가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맞춤형 대출 방식. 최근 ‘AI 파괴론’이 확산되면서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사모대출 상품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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