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적 이외 선박의 통과는 가능하다”는 이란이 선박 통행 조건으로 무엇을 요구할지 불분명하다는 게 일본으로서는 큰 부담일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이란을 강력히 비판한 데다 일본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성명에 처음 서명한 7개국 중 하나라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호르무즈 선박 파견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란으로선 반가울 리 없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48시간 안에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들을 초토화하겠다고 압박했다. 중동발 국제 유가 급등이 미국 소비자물가까지 자극하자 유조선 통행을 풀라는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동시에 미국 재무부가 긴급히 제재를 풀고 해상에 발이 묶인 이란산 원유 판매를 한 달간 허용하기로 한 것도 고유가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할지는 불확실하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 이상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큰 나라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나프타 공급이 사실상 멈추면서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공급망 쇼크로 인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수록 경제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본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과 협의 보도가 나온 뒤 “이란을 포함한 관련국과 다각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원 및 에너지원과 연계된 원자재 도입처를 다변화해야 하지만, 지금은 호르무즈해협 수송로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경제 생명줄을 살리기 위한 방도를 찾는 데 국가적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