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 광화문 공연을 앞둔 지난 21일 오후.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 3사는 초조한 마음으로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수천만 명이 동시 접속할 초대형 공연이었다. 접속 장애가 발생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도 약 10만명이 밀집해 사진·동영상을 전송하고 라이브 방송까지 송출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 시청자들이 몰리는 가운데서도 BTS 공연이 각국 TV·스마트폰에 끊김 없이 전송되면서 정보기술(IT) 강국의 면모를 재차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랜든 리그 넷플릭스 부사장은 “기술적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중계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했다”며 “현지 파트너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했다”고 말했다.
◇투입된 방송 장비 무게만 165t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BTS 광화문 공연을 위해 넷플릭스는 100억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번 공연에는 23대의 카메라와 124개의 중계 모니터가 사용됐다. 투입된 방송 장비 무게를 합치면 164.5t에 달한다. 현장에 설치된 전력 케이블 길이는 약 9.5㎞, 전력 공급량은 약 3000가구가 동시에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인 9660kVA다.
이 정도의 대규모 중계 인프라를 투입한 것은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전례 없는 대형 공연 생중계였기 때문이다. 리그 부사장은 “이번 BTS 라이브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이벤트”라고 했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트래픽이 폭발하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우선 넷플릭스 측은 대규모 동시 접속 상황에서도 끊김 없이 중계하기 위해 여러 백업 전송 경로를 확보했다. 공연장 영상 신호는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전송되는데, 수신 통로를 총 4개로 병렬 운영해 특정 경로에서 장애가 나타나도 즉시 다른 경로로 전환되도록 대비했다. 전 세계 시청자의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화질 해상도를 자동 조정하는 인코딩 기술도 적용했다.
◇광화문 일대 데이터 사용 2배 증가
국내 통신 3사 또한 10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린 현장의 통신 인프라를 완벽 지원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공연 당일 오후 7~10시 광화문광장·청계광장·서울광장 일대에서 사용된 모바일 데이터는 12.15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직전 주말(14일) 같은 지역·시간대 5.87TB 대비 약 2배 높은 수준이다. 1TB로는 약 20만장의 사진(장당 5MB 기준)을 전송할 수 있고, 약 400시간의 영상 스트리밍(시간당 2.5GB 기준)이 가능하다. 이날 3시간 동안 광화문 일대 SK텔레콤 통신망에서만 약 243만장의 사진 전송 또는 4860시간의 영상 스트리밍이 발생한 셈이다. 통신 3사는 이 같은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광화문 일대에 이동 기지국과 임시 중계기 등을 사전 배치하고 네트워크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다.
통신3사는 인공지능(AI)도 적극 활용했다. SK텔레콤은 이번 공연에 자체 AI 기반 네트워크 운영 시스템인 ‘A-One’(Access All-in-One)을 처음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트래픽을 5분 단위, 50m 단위로 AI가 실시간 분석하고 과부하가 예상되면 즉시 트래픽 분산과 자원 재배치를 수행한다. KT는 AI 기반 트래픽 자동 제어 솔루션 ‘W-SDN’을 적용했다. LG유플러스는 또한 ‘자율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특정 기지국에 트래픽이 집중될 경우 출력 등을 자동 조정해 주변 기지국으로 분산시켰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도의 IT 인프라를 갖춘 국가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원활한 중계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IT 코리아의 면모를 재차 과시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