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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을 액자에 담고 '아리랑'을 그리다…BTS, 세기의 귀환 [오늘의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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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을 액자에 담고 '아리랑'을 그리다…BTS, 세기의 귀환 [오늘의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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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란 때로 물리적 공간을 점유함으로써 그 가치가 완성되곤 한다. 21일 밤 8시,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광장은 단순한 도심의 가로(街路)가 아니었다. 조선의 법궁 경복궁을 병풍 삼고 북악산의 기운을 갈무리한 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곱 명의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이 3년 5개월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자신들의 '뿌리'를 증명해낸 거대한 화폭이었다.
    ◆ 프레임에 박제된 고궁의 위용…BTS, 압도적 등장
    공연의 도입부는 첨단 기술과 고전 예술의 절묘한 콜라보로 막을 올렸다. 드론 카메라가 북악산의 능선을 타고 내려와 근정전의 지붕을 훑고 광화문에 닿는 순간, 현장에 집결한 10만 4000여 명(서울시·하이브 추산)의 관중은 일제히 숨 죽였다. 광화문 월대에 도열해 있던 50여 명의 무용단이 마치 홍해처럼 갈라지며 길을 터주자, 일곱 멤버가 '왕의 길'을 밟으며 무대 중앙으로 입성했다.

    이번 라이브의 총괄을 맡은 '라이브 연출의 거장' 해미쉬 해밀턴(Hamish Hamilton)은 영민한 선택을 내렸다. 그는 광화문이라는 역사적 건축물의 위용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시야가 완전히 트인 '오픈형 큐브' 구조를 채택했다.


    멤버 제이홉의 묘사처럼 무대는 그 자체로 거대한 '액자'가 되어, 프레임 안에 고궁의 정취와 방탄소년단의 몸짓을 담아냈다. 5000만 픽셀이 넘는 LED와 9.5km에 달하는 전력 케이블이 빚어낸 빛의 파동은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 190개국에 실시간으로 번져나갔다.



    무대 의상은 이번 공연의 서사를 매듭짓는 결정적 장치였다. 디자이너 송지오(SONGZIO)가 특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 장군의 갑옷 같은 한국의 전통 복식을 현대적으로 변주해 한국적 미와 퍼포먼스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데 일조했다.


    '서정적 갑옷(Lyrical Armor)'은 조선 초기 갑옷의 구조와 한복의 유려한 선을 현대적 감각으로 버무려냈다. 멤버들은 각기 다른 페르소나를 부여받아 무대 위에 섰다.

    공연은 정규 5집 첫 번째곡 'Body to Body'로 포문을 열었다. "아리 아리랑 아리 아리랑 아라리요"라는 민요적 구음이 묵직한 힙합 베이스와 충돌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자아냈다.



    이어지는 'Hooligan'과 '2.0'은 방탄소년단의 근원적 에너지와 현재의 세련미를 관통하는 강렬한 비트로 광화문의 밤공기를 덥혔다. 특히 광화문 외벽에 수묵화의 필치를 미디어 파사트로 투사한 연출은 청각적 즐거움을 넘어선 미학적 체험을 선사했다.
    ◆ RM의 부상 투혼…또 하나의 서사
    공연 전 리허설 도중 발목 부상을 입은 리더 RM의 등장은 오히려 이번 공연의 가장 '방탄다운' 서사를 완성했다. RM은 스탠딩 마이크를 지지대 삼거나 의자에 앉아 무대를 소화했으나, 그의 물리적 제약을 메우기 위해 멤버들이 그를 중심으로 응집하여 상반신 위주의 안무를 정교하게 맞추는 모습을 보이며 아미를 더욱 열광케 했다.

    백미는 단연 타이틀곡 'SWIM'이었다. 팝 기반의 이지 리스닝 곡으로 삶의 파도 속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헤엄쳐 나아가는 자세를 담은 곡이다. 밀려오는 흐름을 거스르기보다 자신만의 송도로 넘겠다는 의지를 '삶에 대한 사랑'으로 풀었다. 여백을 살린 안무는 정교한 느낌을 자아냈고, 유영하듯 팔을 젓는 멤버들의 몸짓은 직관적이었다.


    'Butter', 'MIC Drop', 'Dynamite'로 이어지는 메가 히트곡 퍼레이드에 인종과 국적은 사라지고 우리 모두가 아미였다. 공연의 마지막은 아미들을 위한 '소우주(Mikrokosmos)'가 장식했다. LED에서 시작된 작은 별빛들이 광화문 외벽을 타고 흐르다 밤하늘에 북두칠성 형상으로 피어오를 때, 10만여 명의 팬들은 보랏빛 응원봉을 세차게 흔들며 화답했다.



    "잊히지는 않았을까, 우리를 여전히 기억해주실까 하는 고민이 깊었다"는 진의 고백과 "답은 밖이 아니라 결국 우리 내부에 있었다"는 RM의 성찰은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졌던 슈퍼스타의 고뇌를 짐작게 했다. 넷플릭스 사상 최초의 한국발 라이브 이벤트라는 기술적 성과보다 빛났던 것은, 오랜기간 인내하고 다시 '하나'가 된 이들이 건네는 "Keep Swimming(계속 나아가자)"이라는 약속이었다.


    예술적 밀도와 대중적 화력, 그리고 국가적 상징성이 맞물린 이번 공연은 방탄소년단이라는 장르가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목도하게 했다. 'BTS 2.0'의 시대는 그렇게 고궁의 밤하늘에 선명한 궤적을 그리며 또 다른 서막을 올렸다. (영상제공=빅히트 뮤직/넷플릭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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