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은 언제나 역사의 무대였다. 오래전에는 왕의 길이었고, 개발연대에는 눈부신 발전의 상징이었다. 2002년 광화문은 붉은 무대가 됐다. 붉은 옷을 입고, 같은 함성을 지르는 ‘월드컵 제너레이션’의 탄생이었다. 세계는 대한민국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이후 광화문은 또 다른 무대로 바뀌었다. 민주주의의 무대였다.
그리고 2026년 3월 21일. 광화문은 보랏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세계의 무대가 된다. 방탄소년단(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 콘서트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2002년의 붉은빛은 보랏빛으로 바뀌고, 한국인은 전 세계인으로 바뀐다. 경제 발전, 민주주의의 상징에서 광화문이 새로운 세계 대중문화의 메카로 변신하는 그날이다. 아리랑을 함께 부르는 모습은 저마다의 나라로 흘러들어 간다. 지구촌 문화 권력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문화 강국으로의 여정은 길고 험했다. 한국 걸그룹 ‘김시스터즈’가 미국에 진출한 것은 67년 전이다. 그들은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를 뛰어넘는 인기를 끌었다. 이후 끊임없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40년이 넘는 세월을 흘려보내고 나서야 변곡점을 맞는다. 2012년 ‘강남스타일 신드롬’이다. 유튜브 세상의 최대 수혜자가 한국이 될 것임을 누군가는 알고 있었을까.

K팝이 세계 시장 정복을 준비하는 사이, K드라마와 K무비도 줄기차게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반도체의 나라, 조선과 자동차의 나라에 사는 국민들은 스스로의 힘을 믿지 못했다. 문화강국이 된다는 것에 어리둥절해했고, 한류를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흐름은 도도했다. K컬처 열풍은 더 거세졌다.

이제 깨닫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문화 강국의 토대를 모두 갖췄다는 사실을. 땀으로 이뤄낸 경제력, 피로 얻어낸 창작의 자유 그리고 재발견되는 문화유산의 가치까지. 서울이 파리와 런던, 뉴욕에 이어 세계 문화수도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면 과언일까.
BTS 아리랑 콘서트를 직접 관람한 아미(ARMY)와 넷플릭스로 시청한 190개국 수천만 명의 팬은 오늘의 경험으로 함께 호흡할 것이다. BTS의 아리랑 콘서트는 ‘지구촌 BTS 제너레이션’의 탄생을 알리는 기념비적 이벤트가 될 것이다.
박종서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