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달아오른 주식 투자 열풍 속에 ‘레전드’로 떠오른 인물이 있다. 1939년생, 올해 여든일곱인 탤런트 전원주 씨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독한 짠순이 어르신’ 이미지로만 통하던 그는 알고 보니 SK하이닉스의 장기 투자자였다. 2011년 이 회사 주식을 매수해 아직도 들고 있다고 한다. 그때 2만원이던 SK하이닉스 주가, 지금 100만원이다.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다가 후회하고, 그러고도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개미들로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밖에 없다.SK하이닉스는 전씨의 포트폴리오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증권사 직원들이 추천도 많이 해주지만 절반만 받아들였고 나머지 절반은 직접 공부해 결정했다고 한다. 주주총회에 참석해 직원들 표정을 관찰하며 회사의 진정성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가 오랫동안 적립식으로 모아온 자산 목록에는 금(金)도 들어 있다. 네티즌이 ‘전원 버핏’(전원주+워런 버핏)이란 별명을 붙인 게 이상하지 않다.

전원 버핏의 주식 투자 원칙을 들어보면 지극히 교과서적이다. “일확천금을 기대하지 않는다.” “여윳돈으로만 투자한다.” “한 번 사면 5년 이상은 팔지 않는다.” “실패해도 돈을 잃지 않는 방법은 다양한 곳에 나누는 것뿐이다.” 정리하자면 눈높이를 낮추고, 무리하지 말고, 장기 분산 투자하라는 얘기다. 누구나 다 알지만 막상 못 지키는 원칙들이다.
날고 긴다는 지식인조차 이 당연한 덕목을 지키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급등주를 덜컥 샀다가 나락으로 갈 뻔한 일화는 꽤 알려져 있다. 뉴턴이 투자한 종목은 당시 투기 광풍의 중심에 있던 남해회사였다. 처음엔 정찰병 삼아 소액만 넣어봤는데, 높은 수익이 나자 평정심을 잃고 전 재산을 쏟아부은 게 패착이었다. 두 달 만에 거품이 터지기 시작했고 ‘어, 어, 어…’ 하는 동안 주가는 속절없이 곤두박질했다. 수익률 -90%를 찍고서야 간신히 빠져나온 뉴턴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하지 못했다.”
엉덩이가 무거워야 이긴다는 주식 투자의 필승 법칙은 데이터를 통해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JP모간이 1989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미국 S&P500지수를 분석해 봤더니 주가가 오른 날이 53%, 떨어진 날이 47%였다. 하루 단위로만 보면 동전 던지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반반 게임이다. 하지만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달라졌다. 1년을 기다리면 82%, 5년이면 87%, 10년이면 93%의 확률로 이익을 낼 수 있었다. 물론 장기 투자한다고 100% 돈을 번다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 예측에 매달리기보다 진득하게 참으면 손실 확률이 확 떨어진다는 것이다. JP모간 말고도 여러 연구기관이 공통적으로 증명한 팩트다.
동학개미가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고 한다. 이번주 한국예탁결제원이 내놓은 통계를 보면 국내 상장사 주식을 한 주 이상 보유한 사람이 1455만8479명이나 됐다. 투자의 진입 장벽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하루 6시간30분 열리던 우리 증시는 내년 말이면 24시간 가동될 예정이다. 상장지수펀드(ETF)만 잘 활용하면 소액 투자자가 접근 불가능한 자산도 거의 없다.
투자의 대중화는 좋은 일이다. 다만 보기에 아슬아슬한 구석도 조금 있다. ‘빚투’ ‘레버리지’ ‘고위험 베팅’에 접근할 수 있는 도구 역시 누구에게나 쉽게 쥐여졌다. 종목 토론방과 주식 유튜브에서는 ‘야수의 심장’과 ‘숏돌이’가 엔터테인먼트처럼 소비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독 공격적인 한국 투자자의 성향을 ‘오징어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그 드라마의 결말을 다 아는 우리로서는 서늘한 비유다.
증권가에서 해마다 단골로 나오는 통계 중에 이런 게 있다. 수익률을 연령대별로 비교해 보면 항상 미성년자가 1위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 계좌를 트고 우량주를 담은 다음 손대지 않고 묻어두는 사례가 많아서다.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린 이후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주식 관련 책이 부쩍 늘었다. 모두가 ‘성투’의 방법을 알고 싶어한다.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원로 배우와 아이들의 계좌에 이미 검증된 답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