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금상선 몸값이 올랐어도 계열사인 장금마리타임 지분 50%를 세계 1위 선사인 스위스 MSC에 가격 인상 없이 매각할 것입니다”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은 20일 본지 기자와 만나 MSC가 유조선 사업 계열사인 장금마리타임의 지분 50%를 인수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초대형원운반선(VLCC) 사업 등을 협력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사태로 장금상선 몸값이 크게 오른 것을 감안해 매각가를 변경할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중동 사태와 상관없이 지분 매각 계획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MSC가 세계 최대 VLCC 보유 선사인 장금마리타임 지분 50%를 인수하면 국내외 해운 시장의 판도가 뒤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MSC는 장금상선 핵심 계열사 장금마리타임의 지분 50%를 인수해 공동 경영권을 확보하는 기업 결합을 추진 중이다. 그리스 규제 당국인 헬레닉 경쟁위원회는 MSC 자회사인 SAS LUX가 장금마리타임과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MSC와 장금상선 측은 이미 관련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장금상선 측은 관련 기업결합 내용을 지난달 초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금상선은 VLCC와 컨테이너선 등을 정유사와 무역업체 등에 빌려주는 회사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원유 부족 상황이 장기화하자 장금상선의 몸값은 치솟고 있다. 장금상선이 운영하는 VLCC는 130~150척으로 세계 VLCC 약 880척의 14~17%를 차지한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림자 선대를 제외하고 세계 모든 항로에서 문제없이 운항 가능한 초대형 유조선 중 40%를 장금상선이 운영 중”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단일 선사 기준으로는 유례없는 점유율이다.

MSC가 장금마리타임 지분 50%를 인수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VLCC 용선료가 상승하면서 장금마리타임의 관련 자산 가치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중동 사태 전 인수 계약이 확정됐다”며 “회사를 통째로 매각하는 게 아니라 협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건 정 회장의 아들인 정가현 부회장으로 알려졌다. 장금마리타임은 정 부회장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번 매각이 진행되면 MSC 측이 지분 50%를 인수하고, 정 부회장이 나머지 지분을 갖는다.
다만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려면 주요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리스와 한국, 키프로스, 노르웨이를 비롯해 관련국 규제 당국에서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시장 지배력 확대에 따른 규제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