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반복되는 비극 앞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과연 과거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프랑스 미술사학자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의 <흩어진 것들>은 바르샤바 게토의 기록을 통해 집요하게 되묻는다.책의 중심에는 ‘린겔블룸 아카이브’가 있다. 역사학자 에마누엘 린겔블룸은 게토에 갇힌 채 죽어가던 사람들의 편지, 일기, 쪽지, 사소한 물건들을 모아 땅속에 묻었다. 그것은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자, 미래를 향한 신호였다. 전쟁이 끝난 뒤 폐허 속에서 발견된 이 기록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남았다.
디디 위베르만은 이 파편들을 하나의 완결된 역사로 묶지 않는다. 부서지고 흩어진 상태 그대로를 드러내며, 이름 없는 개인들의 목소리를 되살린다. 그 목소리는 비탄과 분노, 연민과 희망 사이를 오가며, 거대한 역사 서술이 지워버린 삶의 결을 복원한다. 기록한다는 행위가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폭력에 맞서는 마지막 실천임을 일깨운다.
책은 과거를 회고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늘의 세계를 향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흩어진 기록들은 과거의 잔해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던져진 씨앗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