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에 열린 제25회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다양한 종목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의 눈길을 끈 종목은 컬링이었습니다.
특히 화제가 된 장면은 선수들이 스톤이 멈출 위치를 거의 센티미터 단위까지 예측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톤이 길게 미끄러질지, 중간에 멈출지, 혹은 다른 스톤을 맞히고 방향을 바꿀지까지 미리 계산하는 장면은 마치 얼음 위에서 이뤄지는 체스 경기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컬링을 흔히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경기를 보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선수들이 스톤을 던지고 난 뒤 왜 저렇게 필사적으로 빗자루로 얼음을 문지르는 것일까요? 단순한 응원 행위도 아닙니다. 그 빗자루질 한 번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물리학과 수학이 숨어 있거든요.
선수들이 스톤 앞에서 열심히 문지르는 행동을 ‘스위핑(sweeping)’이라고 합니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스위핑은 스톤의 궤적과 속도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컬링 경기장의 얼음 표면에는 ‘페블(pebble)’이라는 작은 물방울 돌기가 뿌려져 있습니다. 스톤은 이 울퉁불퉁한 표면과 마찰하면서 미끄러지는데, 스위퍼들이 페블을 문지르면 마찰열이 발생해 얼음 표면이 미세하게 녹습니다. 얇은 수막이 스톤과 얼음 사이의 마찰력을 줄여줘 스톤이 더 멀리, 더 곧게 나갈 수 있게 합니다.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어요. 스위핑의 강도를 높일수록 마찰 계수가 작아지고, 스톤에 작용하는 마찰력이 감소합니다. 마찰력이 줄면 감속이 느려져 스톤이 평균적으로 3~5m 더 나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스톤이 회전(컬링, curl)하는 방향도 스위핑으로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거든요. 숙련된 팀은 스위핑만으로 스톤의 최종 위치를 수십 센티미터 단위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위핑은 얼음 위에서 치는 수학 연산’이라고 불리는 거죠.
교과서에서 배우는 수학 개념을 컬링 경기에서 또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선수가 스톤을 투구할 때 가장 먼저 계산하는 것은 목표 지점까지의 기하학적 경로입니다. 스톤은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거든요. 회전 방향에 따라 곡선(컬)을 그리며 이동하는데, 이 곡선의 반지름과 곡률을 예측해야 정확한 자리에 스톤을 놓을 수 있습니다. 중학교 수학의 원과 곡선, 고등학교의 벡터 개념과 직결됩니다.
상대 스톤을 쳐내는 ‘테이크아웃’ 샷은 “충돌 전후의 운동량이 보존된다”는 물리법칙을 활용합니다. 질량 m인 스톤이 속도 v로 움직이다가 정지해 있는 다른 스톤과 충돌하면, 두 스톤의 질량이 같기 때문에 충돌 각도에 따라 운동량이 나뉩니다. 여기서 내 스톤이 어느 각도로 상대 스톤에 접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제로 프로 선수들은 접촉 각도를 1~2도 단위로 계산해 투구 방향을 잡습니다.
컬링을 ‘얼음 위의 체스’라고 부르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10엔드로 구성된 경기에서 엔드마다 팀은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 계산합니다. 마지막 투구권인 해머를 가진 팀이 점수를 낼 확률은 통계적으로 높습니다. 따라서 불리한 엔드에서는 과감하게 점수를 포기하고 다음 엔드의 해머를 노리는 ‘블랭크 엔드’ 전략을 구사합니다. 기댓값(expected value)을 최대화하는 확률적 판단이죠.
엔드 중반, 하우스(과녁) 안에 스톤들이 여러 개 배치되면 ‘어느 스톤을 남기고 어떤 스톤을 쳐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수학의 최적화 문제입니다. 내 스톤은 버튼(중앙)에 가까이, 상대 스톤은 최대한 멀리라는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투구 경로를 찾는 것이 선수들이 경기 중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푸는 ‘함수의 최솟값’ 문제입니다.
‘수학이 운동이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한 적 있을 것 같습니다. 컬링의 국가대표 팀들이 훈련할 때 물리와 수학 전문가가 팀에 합류하는 건 이제 드문 일이 아닙니다. 투구 각도와 회전수를 분석하고, 스위핑이 궤적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쌓아 훈련에 반영합니다.
실제로 캐나다와 스웨덴 같은 컬링 강국들은 이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략을 고도화해왔습니다. ‘팀 5G’의 김은지 스킵도 “팀원끼리 어떻게 해야 후공에서 2점을 딸 수 있는지 끊임없이 대화했다”고 했는데, 그 대화의 바탕에는 확률적 사고가 깔려 있습니다. 밀라노의 얼음판 위에서 빗자루를 쥔 선수들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여러분이 관심을 갖는 게 있다면, 그걸 수학으로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봅시다. 좋아하는 야구 선수의 타구 각도에는 포물선이 있고, 매일 타는 엘리베이터의 속도 조절에는 미분이 있으며,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통계와 행렬이 있습니다. 컬링을 보며 ‘저 빗자루질이 왜 저렇게 격렬하지?’라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 진짜 수학적 탐구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