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세계에 번지고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두 차례 오일쇼크가 에너지 가격 급등을 일으켜 생산 비용을 밀어 올린 ‘비용 요인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현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는 2000년대 들어 경험한 인플레이션과 비교해 이유, 양상이 다르다. 2007~2008년 물가 급등은 브릭스(BRICS) 국가들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에 따른 원자재 수요 급증이 원인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나타난 인플레이션은 감염병 예방에 따른 공급망 마비와 유동성 공급이 맞물린 결과였다. 상대적으로 악영향이 작았고 중앙은행 통제 범위에 있었다.
하지만 비용발 인플레이션은 불경기를 유발하고,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 수단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 파괴적이다. 일단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18일(현지시간)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은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불경기 속 물가 상승)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에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단기에 끝나더라도 작지 않은 물가 상승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했다. 에릭 위노그래드 얼라이언스번스틴 선진시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은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최종 상품 가격을 인상하고 이후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상품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증가로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1970년대와 비교해 줄어든 점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낮추는 요인이다. 하지만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970년대 대비 화석연료 의존도가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에너지산업을 지배하는 것은 화석연료”라고 설명했다.
물론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이 재연될지는 전쟁 향방에 달려 있다. 톰 헤인린 US뱅크자산운용 전략가는 “지금의 지정학적 환경은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급격하게 반전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전황 변화에 따라 유가 급등세가 진정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