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9일 퇴역(영구정지)한 고리 1호기는 8년 만인 지난해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해체 승인을 받았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비롯해 해체 과정에서의 방사선 영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절차로 8년을 보냈다.승인 후에도 설계 및 인허가 등 사전 준비로 1년여를 들이고 올해 하반기에야 해체 작업이 시작된다. 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587메가와트일렉트릭(㎿e)급 가압경수로(고온의 물을 가압해 증기를 만드는 방식) 원전이다.
이날 터빈 건물과 발전소 외곽 설비 등 방사선 영향이 없는 ‘비방사선 구역’에선 사전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콜드 투 핫’ 접근법으로, 방사선 오염이 적은 구역부터 해체해 경험을 축적하고 이후 고오염 구역으로 단계적으로 진입하는 전략이다. 권하욱 한국수력원자력 공사관리부장은 “하반기 바깥 작은 설비부터 먼저 해체하고 연말 터빈과 발전기 해체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해체 작업은 12년간 이어진다. 2037년 부지가 복원된다. 여기에 필요한 비용은 1조713억원이다. 비용은 투자금의 다른 말이다. 그만큼 원전 해체 시장이 열린다는 의미다. 고리 1호기는 국내 첫 번째 상업용 대형 원전 해체 사례다.
고리 1호기가 5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 진입하는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최대 588기의 원전이 퇴역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국내 원전 해체 기술의 약 90%를 국산화했으며, 한수원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다는 목표”라며 “이번 경험은 다른 원전에 반복 적용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수원은 원전 해체와 함께 운영 사업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건설→운영→해체 등 원전의 ‘전주기산업’이 완성된다. 이달 말 ‘계속운전’이 예정된 고리 2호기에선 운영을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원호 원안위 위원장은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전력 안정성을 높일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