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매출이 올해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짝꿍’처럼 설치되는 ESS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LG에너지솔루션의 ‘아픈 손가락’이던 ESS가 회사의 최고 효자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이익률 15% ‘대박’
19일 산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배터리 매출은 12조1090억원으로 전기차 배터리 매출(10조2810억원)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설 전망이다. ESS 배터리 매출은 지난해 3조740억원에서 1년 만에 네 배 가까이 늘어나고, 전기차 부문은 같은 기간 13조6790억원에서 24.8%(3조398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ESS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포함해 1조8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작년 LG에너지솔루션의 전체 영업이익 1조346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AMPC는 배터리 제조사가 생산한 배터리 셀에 대해 킬로와트시(㎾h)당 35달러를 세금에서 제외해주는 제도다. 영업이익률 역시 15%로 오를 전망이다. 전기차 사업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손실을 낼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봤다.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ESS 사업은 한동안 LG에너지솔루션의 골칫덩어리였다. 10여 년 전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보고 앞다퉈 투자를 늘렸지만 잇달아 화재사고가 발생하며 성장동력을 잃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2017년 글로벌 ESS 시장의 70%를 나눠 가질 정도로 투자를 늘렸지만 이후 모두 ESS 사업을 ‘뒷전’으로 미뤘다.
그 빈자리는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빠르게 차지했다. 중국 업체는 한국 업체가 주력으로 삼았던 삼원계 배터리보다 화재 위험성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도입해 ESS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계륵이던 ESS의 반전
LG에너지솔루션은 약 3년 전 ‘계륵’ 같은 ESS 시장에 다시 힘을 주기 시작했다. 미국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AI발(發) 전기 부족 현상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이들과 한 묶음으로 설치되는 ESS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ESS는 전기 생산량이 일정한 원자력과 가스 발전소엔 필요 없지만 날씨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과 풍력발전에선 반드시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을 위해 인근에 ESS를 설치하는 사례도 많다.
이 과정에서 ESS 시장의 절대 강자이던 중국 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중국 제품 배제 정책에 막혀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는 호재도 겹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과감한 설비 전환에 나섰다. 당시 미국 내에서 ESS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한국에선 LFP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설비 전환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다. 투자금을 나눠 미국 공장을 지은 완성차 업체의 반대가 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들의 지분을 다시 사는 등 강공 전략으로 ESS 시장에 ‘올인’했다.
첫 결과물은 작년 6월 나왔다.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LFP 기반 ESS를 처음으로 생산한 데 이어 캐나다 온타리오 윈저 공장도 같은 해 11월 양산에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생산 시설은 미국 내에만 다섯 곳이 있다. 생산량은 올해 말 기준으로 연 50GWh 규모다. 미국 내 독보적인 1위다. 유럽 공장 등을 포함하면 올해 말 ESS 배터리 생산 시설은 연 60GWh 규모로 늘어난다.
김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