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국 골프업계의 시선은 신동휴 더 시에나그룹 회장에게 쏠렸다. 경기 곤지암의 명문 중부CC(현 더 시에나 서울CC)와 여주 세라지오GC(현 더 시에나 벨루토CC)를 잇따라 인수하며 단숨에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다. 1년 만에 수도권 골프장 인수라는 대형 딜을 두건이나 성사시키며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 19일 서울 청담동 더 시에나 도산에서 만난 신 회장은 “공격적인 골프장 인수는 자연과 휴양, 문화가 결합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며 “리조트와 골프, 예술과 문화 콘텐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어우러지는 생태계를 통해 새로운 골프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고객에 ‘부끄럽지 않은 상품’이 철학”
골프계에서는 낯선 이름이었지만 신 회장은 건설, 부동산 개발에서는 이미 탄탄한 포트폴리오로 인정받은 인물이다. 지방에서 시공사를 운영하던 그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개발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디벨로퍼로 살아남았다. 부동산 개발을 하며 땅을 보는 눈을 키운 덕에 중부CC와 세라지오GC가 매물로 나왔을 때 누구보다 자신있게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사업가로서 신 회장은 “‘공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늘 품고 산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부산에서 처음 개발한 아파트 입주 날 그는 몰래 현장을 찾았다. “이삿짐이 들어오는데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더군요. 집이란 평생 모은 재산을 다 쏟아부어 마련한 소중한 안식처잖아요. 그때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어도, 세상에 내놓는 상품만큼은 절대 부끄럽지 않게 만들자’고 다짐했습니다.”
젊은 시절 호텔에 대한 동경과 건축에 대한 전문성은 제주 토스카나 호텔 인수로 이어졌다. 인수 직후 불안해하던 직원들에게 “1년 안에 제주에서 손꼽히는 호텔로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공간과 디테일에 대한 집착으로 호텔의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제주 프리모’로 하이엔드 리조트로 변신시키며 얻은 노하우는 더 시에나 그룹이 확장하는 자양분이 됐다.
◇“회원이 대우받는 커뮤니티 꿈꿔”
제주, 경기 곤지암, 여주 총 3곳에 골프장을 거느리고 있지만 신 회장은 “사실 골프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라고 고백했다. 1년에 라운드는 서너번,매번 공을 20개씩 잃어버리는 ‘백돌이’이지만 “골프장 그 자체를 사랑한다”고 했다. “날씨 좋은 날 고객들이 즐겁게 친목을 다지는 풍경을 보면 제가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드렸다는 기쁨을 느낀다”는 설명이다.골프장은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하고 럭셔리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잔디와 조경을 섬세하게 가꾸는 ‘농업인의 기술과 정신’이 필요하다. 신 회장은 “농사꾼의 아들로서 생물을 다루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지난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이득과 화려함을 좇아 골프장 사업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골프를 얼마나 잘 치느냐보다 좋은 공간을 만들고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곤지암의 더 시에나 서울은 수도권 명문 구장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전면적인 클럽하우스 신축을 준비하고 있다. 여주의 더 시에나 벨루토는 가장 역동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골프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신 회장은 “벨루토는 전장이 길고 코스 설계가 뛰어나 훌륭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며 “향후 2년간 집중적으로 코스에 투자해 골퍼들이 깜짝 놀랄 골프장으로 변신시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리조트, 골프장, 호텔, 여기에 럭셔리 골프웨어 ‘더 시에나 라이프’까지 더하면서 더 시에나 그룹은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신 회장은 “이제 회원들이 진짜 대접받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내실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과제”라며 “모든 사업의 최우선 순위에 ‘회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시에나 그룹은 올해 골프계에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다음달 2일 시작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개막전인 ‘더 시에나 오픈 2026’을 경기 여주 더 시에나 벨루토CC에서 개최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매년 골프 시즌은 벨루토에서 시작된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신 회장은 “골프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골프장의 가치와 브랜드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이라며 “KLPGA투어 개막전을 통해 선수에게는 최고의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고 팬들에게는 골프와 문화, 휴양이 결합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