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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는 집값을 잡는 수단이 아닙니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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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는 집값을 잡는 수단이 아닙니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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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세란 지역 인프라 공공서비스 이용에 대한 부담금의 성격입니다. 단지 납세 편의를 위해 재산가치에 대한 과세의 성격을 띠는 겁니다. 왜냐하면 자산의 규모가 곧 납세능력이라는 전제에서 재산가치에 비례해 부담을 지우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략 3가지 견해를 가지고 재산세를 바라봅니다. 전통적 견해(traditional view), 자본세 견해(capital tax view) 그리고 편익주의 견해(benefit tax view) 입니다. 재산세가 자본에 대한 과세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계의 주장이 늘어나면서 최근 편익주의 견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편익주의 견해는 재산세는 지역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일종의 수수료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즉 지방정부의 공공서비스 수준이 자본화돼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게 되며, 재산세는 이 부동산 가격에 근거해 부과된다는 것입니다. 재산세가 지방세인 이유입니다. 공공서비스 수준이 높은 지역의 주민은 많은 재산세를 납부하게 되는데 그만큼 이들은 양질의 충분한 공공서비스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영국의 경우에는 재산세를 세입자가 냅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거주자가 내는 세금입니다. 소유주가 본인의 주택을 임대 놓고 있다면 거주자가 세입자이니 세입자가 내게 됩니다. 재산세를 집값 안정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한국에서는 뜬금없는 소리지만 지역 공공서비스 이용자가 세입자이기 때문에 편익주의 견해에 따르면 나름 타당성이 있습니다. 문헌을 찾아보면 영국과 프랑스(주택점유세)와 같이 거주자가 지방세를 직접 내는 방식은 일부 유럽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소유자가 보유세를 내지만 임대료, 관리비를 통해 전가 방식으로 세입자 부담이 발생하는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재산세를 부과해온 이런 나라들의 조세체계를 살펴보면 재산세는 지역의 공공 서비스에 대한 일종의 수수료라는 편익주의 견해가 맞는 듯합니다.

    한국에서 재산세에 대한 개념은 이런 국가들과는 다르게 인식됩니다. '집값이 올랐으니 재산세를 더 내라'는 표현이 언론과 방송에 난무하는 것을 보면 재산세를 자본세로만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소득세와 재산세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해서 재산세를 더 많이 올려야 한다는 황당한 논의도 벌어집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1일 기준으로 조사·산정한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이 공시가격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소유자 열람과 의견청취 절차를 거쳐 4월30일 확정하게 됩니다. 의견청취가 그리 많이 반영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인 9.16%는 고스란히 집주인이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시가 현실화율과 공정시장 가액비율의 변동이 없지만 서울의 경우 매매가격 상승률(8.98%)을 훨씬 추월하는 18.67% 오른 공시가로 재산세를 내게 됐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의 대표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전용면적 84㎡)는 1000만원 넘게 재산세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집값이 그렇게 올랐는데 그 정도는 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재산세가 지역 공공서비스를 누리는 데 따른 비용 지급 성격이라고 본다면 단 1년 만에 1000만원 넘는 서비스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이 재산세를 자본세의 성격으로 보기 때문에 왜곡된 시선을 가지게 되고 부자는 많이 내야 한다는 자본세나 소득세적인 판단이 자꾸 개입돼 안타깝기만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상승률입니다. 현재 한국은 세금부과의 상한선이 전년 대비 무려 150%에 달합니다. 심지어 추가로 붙는 세금을 합치면 세 부담 상한인 150%를 넘을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유럽과 미국은 취득가격 기준으로 재산세를 부과하며 세금부과의 상한선이 전년 대비 5% 내외입니다. 따라서 집주인들은 내년에 내는 세금을 거의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내년에 내야 할 재산세를 알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공시가 현실화율과 공정시장 가액비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조차 알 수 없어 세액의 예측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발표된 3월18일 기준으로 하루 전에 비해 1000건 이상의 매매매물이 서울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다주택자 분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는 상황이 잦아들고 있는 이때 단 하루 만에 1000건이 넘는 매물이 나왔다는 것은 보유세에 대한 부담을 피부로 느낀다는 방증입니다. 아무리 자산이 많은 분도 매년 부담스러운 재산세 증가분입니다.


    조세는 응능(ability to pay)과 응익(benefit)의 원칙을 기본으로 합니다. 자산규모와 납세능력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납세능력은 소득과 관련이 있지 본인 집에 거주하는 1주택자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 소득세로 엄청난 세금을 내고, 부동산을 양도할 때 살인적인 양도세를 부담하는 집주인 분들이 보유하는 데 따른 세금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면 화를 참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재산세를 올린다고 집값 수준 자체를 끌어내리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같이 거래, 대출규제가 살인적인 상황에서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올리는 현재의 정책은 오히려 가격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두 번의 경험을 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재산세는 지방재정을 확보하고 토지와 건물의 효율적 이용을 유도하는 보조수단으로 폭넓게 쓰이고 있습니다만 한국과 같이 집값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재산세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며 한국처럼 공급과 거래가 경직된 시장에서는 오히려 역효과 위험이 크다는 다양한 연구를 참조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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