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보험사가 여성건강보험을 출시하며 가정폭력·이혼·성폭력 등으로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변호사 선임 비용 등 법률 비용을 최대 3000만원까지 실손 보장하는 내용을 담아 업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여성단체는 피해를 상품화하고 국가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다며 비판했다. 반면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회복을 하는데 법률비용보험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 원장은 17일 "여성단체의 비판은 피해자 권리에 대한 공격"이라며 "가해자와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피해자의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단체는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한 국가 책임론으로 개인이 보험으로 법률 비용을 마련하는 것 자체를 부정한다"면서 "국가가 개인의 폭력 피해를 100% 책임지는 건 전체주의 사회에서도 불가능하다. 국가는 형벌권을 행사하지만, 가해자와 법정에서 대면해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를 보상받는 일은 오롯이 피해자의 몫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한 수사와 재판 절차 속에서 전문 변호사의 조력은 사법 접근권 보장의 핵심이며, 관련 보험이 큰 힘이 된다"면서 "피해자가 자신의 선택으로 보험에 가입해 강력한 법적 대응권을 확보하는 것이 왜 정당하지 못한 일로 치부되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하 원장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법 접근권을 보장하는 보험이 피해회복을 위한 보편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통계적으로도 전문적인 법률 지원을 받은 피해자 그룹은 폭력 재발률이 현저히 낮다. 법적 대응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가해자의 통제력을 약화하고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앞당기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험은 개인의 선택이다. 폭력 피해를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 실력 있는 변호사를 고용해 가해자를 응징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라며 "여성단체는 구조적 담론에 갇혀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한 보험사는 지난 1월 여성건강보험 상품을 출시하며 여성의 삶 전반에 걸친 다양한 위험과 고충을 촘촘히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품의 주요 특징은 △사회적 위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경제적 부담 대응 △난임부터 임신·출산·산후관리까지 아우르는 출산지원 관련 다양한 보장 △여성 고유질환(유방·갑상선·여성생식기질환)을 중심으로 한 통합 치료비 보장으로 요약된다.
업계 최초로 '가정폭력 등으로 인한 법률비용' 담보를 마련해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소송 시 심급별 1000만원,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한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와 연계한 변호사 상담 서비스도 제공해 심리적 부담을 덜고, 법적 대응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적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도 성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 피해에 대한 보장도 포함했다.
이와 관련 여성단체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개인이 대비해야 할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과 권력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므로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구조와 문화에 기인한다"며 "폭력 피해 이후의 여러 가지 비용을 개인 보험으로 보장하는 방식은 문제의 원인을 외면한 채 개인의 위험관리 문제로 축소하고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금 수령 과정에서 피해자가 폭력 경험을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심사받아야 한다"며 "이는 2차 피해를 심화시킬 위험이 크며, 피해자의 회복을 지원하기보다 피해 경험을 금융상품의 지급 요건으로 전환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