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주주총회에는 주가가 낮아 기분이 안 좋았는데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삼성전자의 제57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18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 궂은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주주들 발길이 이어지면서 장내가 북적였다. 올해 주가가 20만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직후 열린 주총인 만큼 현장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주총장 앞에 마련된 신제품 전시 공간에도 주주들이 몰렸다. 주주들은 HBM4와 엑시노스 2600 등 차세대 제품군과 갤럭시S26 시리즈, 비스포크 AI 가전 등을 직접 눈에 담았다. 현장에서 만난 박모 씨(32)는 "눈으로 직접 첨단기술을 확인하니 주주로서 회사에 대한 확신이 든다"고 했다.

이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주주총회 단상에 오른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경영 성과를 발표했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사상 최대인 333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시가총액은 한국 기업 최초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주주환원책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하고 이 중 3조원어치를 소각했다. 올해는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규 배당에 더해 1조3000억원의 추가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전 부회장은 사업 부문별 전략도 제시했다. DS부문에 대해 "로직부터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원스톱 솔루션이 가능한 세계 유일 반도체 회사"라며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DX부문에 대해서는 "AI 적용 제품을 확대하고 모든 기능과 서비스에 AI 기술을 통합해 AI 전환기를 선도하겠다"고 했다.
이날 상정된 정관 변경과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주주들은 "오늘 아침 삼성전자가 20만원을 넘어서 감사하다", "주가가 계속 오르고 배당도 많이 해주면 좋겠다" 등의 경영진을 향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안건 표결 이후에는 경영진과 주주가 직접 소통하는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전 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장(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전 부회장은 "반도체 호황 사이클의 변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주요 고객사들과 3~5년 단위 다년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사업의 안정성과 가시성을 높이고 수요 변동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설명이다.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서는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이 나서 "1~2년 내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DX부문의 성장 전략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DX부문장인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최고의 AI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일상을 함께하는 'AI 컴패니언'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갤럭시 S 시리즈 중 최다인 135만대의 국내 사전 판매량을 기록한 갤럭시 S26의 흥행을 이어가는 한편 로봇과 공조, 메디텍 등 신사업 분야에 투자를 지속 확대해 실적 성장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총에서는 개정 상법에 발맞춰 대대적인 정관 정비도 이뤄졌다.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고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해 주주 권리를 강화했다. 이 밖에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명칭 변경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상향 △전자주주총회 도입 근거 마련 △이사 임기 3년 이하로 정비 △주식 소각 조문 삭제 등의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수원=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